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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읽고 또 읽는 허수경... 소설·산문집 잇따라 재출간






‘먼 집’으로 떠난 허수경(1964∼2018·사진) 시인의 글들이 우리에게 새로 도착했다. 그가 오래전에 낸 책들이 재출간되고, 독자들이 그의 글을 다시 찾으면서다.

문학동네는 지난달 독일에서 작고한 허수경의 첫 장편소설 ‘모래도시’(1996)를 22년 만에 재출간했다. 출판사는 “‘모래도시’는 그리운 목소리를 되새기고자 하는 작은 기념비”라고 소개했다. 소설은 고향과 가족을 떠난 세 명의 젊은이가 독일의 한 대학에서 만나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이다.

난다는 최근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2005)를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바꿔 새로 펴냈다. 고대 도시 바빌론을 중심으로 건축물을 발굴하는 과정에 참여한 경험을 녹인 고고학 에세이다. 김민정 난다 대표는 28일 “허수경은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오리엔트 고대 도시를 발굴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글을 남겼다”고 말했다. 난다는 시인이 암으로 투병하던 지난 8월 ‘길모퉁이의 중국식당’(2003)을 15년 만에 새롭게 편집해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라는 제목으로 내기도 했다. 이 책은 초판 3000부에 이어 작고 직후 이례적으로 6000부를 증쇄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시집 ‘혼자 가는 먼 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어나 1만1000부 넘게 나갔다. 대표 시집인 ‘혼자 가는 먼 집’은 얼마 전 30쇄를 찍었다. 투병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시인이 갑자기 타계하면서 많은 독자들이 그의 시집을 찾은 것이다.

이런 열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편집장은 “허 시인은 글도, 말도 따뜻해서 읽는 이들에게 큰 위로를 준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독자들이 올해 새로 시인을 많이 접했고, 문단에서도 1980∼90년대 활동한 여성 시인의 작품을 새로 조명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87년 ‘실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후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와 ‘혼자 가는 먼 집’을 낸 뒤 92년 독일로 건너가 고대 근동 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에서도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등 4권의 시집을 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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