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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어른에게도 보들보들한 반려인형이 필요해



곰 인형 세 마리가 침대에 누워있는 아기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세 마리 곰은 저자의 ‘반려인형’들이다. 아기보다 먼저 저자와 세월을 함께한 곰들이다. 곰들이 그가 낳은 새 생명을 신기한 듯 보는 것 같다. 저자는 열 살 때 곰 인형을 선물 받은 날부터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 곰 인형과 함께한다. 반려동물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반려인형이다.

그에게는 첫 번째 반려인형 곰땡이, 스무 살 무렵 함께했던 꿀, 20년 된 순남이, 헌옷 수거함에서 데려온 연남이, 막내 곰돌이 술빵이가 있다. 같이 해외여행도 다니고 자주 외출도 한다. 요즘엔 치과에 갈 때도 곰 인형을 데려간다. 휴대폰에는 곰 인형 사진이 가득하다. 이제 네 살이 된 아들은 어린이집에 갈 때 술빵이에게 “빵이 형, 갔다 올게”하고 인사를 한다. 가족 같다.

반려인형이란 말은 반려동물만큼 흔하진 않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매년 10월 둘째 수요일을 곰 인형과 함께 출근하거나 등교하는 날로 지킨다. 영국 성인 10명 중 3명 정도가 곰 인형을 안고 잠든다고 한다. 수필가 피천득이 딸 서영이가 멀리 공부하러 떠난 뒤 집에 남기고 간 인형을 날마다 세수시켰다는 얘기는 상당히 유명하다.

저자의 지난 시간엔 곰돌이가 있어서 다행이었던 날이 가득하다. 곰돌이를 하늘 높이 던져 올리며 소리 내 웃었던 날도 많았다. 이 책은 그날들에 대한 얘기다. 책을 덮고 나면 어른에게도 우울한 마음을 달래줄 보들보들한 반려인형이 필요하단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귀여운 책이다. 편집은 정교하고 내용은 다정하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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