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에 뜻을 모았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을 맞아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260일 만에 마주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1차 회담만큼, 아니 더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모든 사람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이 환담과 단독 정상회담, 만찬 등 세 가지 형식을 통해 함께한 시간은 2시간이 조금 넘었다. 오후 6시40분(이하 현지시간)부터 7시까지 단독 정상회담을 했고, 이후 친교 만찬은 8시30분까지 이어졌다. 첫날 회동은 ‘2차 핵 담판’의 향방을 가늠할 풍향계 역할로 주목받았다.

두 정상은 그러나 비공개로 진행된 단독 정상회담과 만찬에서는 비핵화 ‘빅딜’ 방안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북·미 실무협상에서 제시하지 않았던 비핵화 로드맵을 히든카드로 꺼내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재 완화를 거듭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이후 경제 지원을 통한 북한의 ‘밝은 미래’라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비핵화 로드맵의 보다 구체적인 조치와 스케줄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1박2일 일정의 하노이 정상회담 마지막날인 28일, 보다 진전된 카드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반도 비핵화 여부를 가늠할 ‘하노이 핵 담판’ 결과는 정상회담 최종일이 돼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소식통은 “두 정상 모두 탐색전 성격의 첫날 회동을 통해 상대방 의중을 파악한 만큼 28일 최종 담판에서는 불꽃 튀는 비핵화 본게임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첫날 회동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상응조치 관련 논의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외의 은닉 핵시설에 대한 검증·폐기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비핵화 조치 없이 제재 완화·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경제협력 카드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두 정상의 첫날 회동 결과를 바탕으로 심야까지 후속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 정상의 ‘하노이 공동선언’에 담길 문안에 대한 합의를 시도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비건 특별대표를 만나 한·미 간 막판 조율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하노이 주석궁에서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여러분(베트남)이 단기간에 해낸 것을 본다면 그(김 위원장)는 매우 빠른 시간 내에 해낼 수 있다”면서 “베트남은 (북한에) 진짜 본보기”라고 강조했다.

하노이=하윤해 특파원, 이상헌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