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에스크로 계좌’ 활용한 남북 경협 거의 합의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문 대통령 왼쪽은 노영민 비서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이병주 기자


청와대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공식화면서 대미 협의 의사를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대북 제재, 정부의 5·24 대북 제재 조치를 유지하면서 방안을 찾아내겠다는 뜻인데, 우선 에스크로(제3자 계좌 유치) 계좌를 활용한 방식이 거론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유엔 안보리로부터 남북 협력 사업이라는 특수성을 인정받아 포괄적 제재 면제를 받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이 방법은 일단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유력한 대안은 에스크로 계좌를 활용한 방식이다. ‘벌크 캐시’(대량 현금)의 북한 이전 금지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국내 은행 등에 에스크로 계좌를 만든 뒤 대금을 예치하는 것이다. 이후 생필품 구매 등으로 한정해 사용토록 하면 현금이 핵·미사일 개발에 투입되지 않게 돼 제재를 우회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외교 소식통은 4일 “지난달 초 한·미가 에스크로 계좌를 활용한 남북 협력 방식에 이견을 거의 좁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운영하고 우리가 관광비용을 에스크로 계좌로 송금, 비핵화 조치에 따라 비용을 지급한다면 금강산 관광은 상대적으로 재개가 수월하다. 일각에서는 곡물 등 현물로 대납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북측이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개성공단은 문제가 조금 더 복잡하다. 남측의 설비, 유류, 원자재 등이 북한으로 반입돼야 하는데 이는 여러 대북 제재에 복합적으로 걸쳐 있다. 또 북한과의 합작 사업은 물론 북한의 섬유 수출 등도 원칙적으로 봉쇄돼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에 대한 포괄적 제재 면제를 받지 않으면 재가동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미국과 협의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포괄적 제재 면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언급한 ‘영변 플러스 알파(+α)’에 대해서도 진의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α’가 별도 핵시설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추가 비핵화 조치를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플러스 알파가 특정 시설을 가리키는지, 대량살상무기(WMD) 등에 대한 조치를 말하는 것인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영변 외 별도 핵시설 존재에 대해서는 “특정 시설을 지칭한 것이라면 한·미 정보 당국은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정확하게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며 “한·미 정보 당국이 북한의 시설을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역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북한의 추가 핵시설 존재를 몰랐다는 보수 진영의 비판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기는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라고 말한 게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α’를 요구한 것과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핵시설을 내놓으라고 말한 것이고, 문 대통령은 일단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도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되돌아갈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변 핵시설 폐기가) 완전한 비핵화의 70% 수준이든, 80% 수준이든 완전한 비핵화는 아니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는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가능성을 사전에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강준구 최승욱 박세환 기자 eyes@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