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 사느냐 죽느냐, ‘경남·제주·인천’ 마지막 전투

제리치가 지난달 23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리그1 수원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공격을 지휘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케힌데가 지난달 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성남 FC와의 경기에서 강한 슈팅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윤빛가람이 2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올 시즌 하반기 프로축구 K리그1의 화제는 경남 FC(10위·승점 24점·35골), 인천 유나이티드(11위·24점·27골), 제주 유나이티드(12위·22점)의 치열한 강등권 싸움이다. 세 팀은 5월 5일 리그 10라운드 경기 이후부터 145일 동안 치열한 그들만의 ‘강등 전쟁’을 벌이고 있다. 팬들은 각 팀의 앞 글자를 따 ‘경제인’으로 강등권 구도를 명명하기도 했다. K리그1은 팀당 남은 2~3경기를 치른 후 다음 달 19일부터 상하위 6팀씩 묶어 5경기씩 ‘스플릿 라운드’를 진행한다. 1부리그 생존을 위한 마지막 전투에서 어느 팀이 승자가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리치, 경남의 영광 되찾는다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전북 현대에 이은 2위를 차지한 경남은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강행군에 적응하지 못하며 추락했다. 큰 기대를 안고 영입한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조던 머치와 지난 시즌 5골 7도움으로 활약한 네게바 등 외국인 선수들도 향수병과 부상으로 신음하며 전력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첫 출전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외국인 선수 교체가 효과를 봤다. 경남은 머치와 네게바를 내보내고 제리치와 오스만을 영입했다. 제리치는 지난 시즌 강원 FC에서 24골을 넣으며 K리그1 득점 2위에 오른 골잡이지만 올 시즌 강원에선 선발과 후보를 오가며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경남으로 팀을 옮긴 뒤 25일 현재 9경기 6골의 득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스만도 지난 14일 울산 현대(2위)를 상대로 마수걸이 득점을 올리며 적응을 완료했다.

외국인 선수의 선전을 시작으로 경남은 최근 두 달 동안 홈에서 무패(2승 2무)를 기록 중이다. 승점 24점의 1/3인 8점을 최근 8경기에서 올릴 정도로 기세를 회복했다. 김종부 경남 감독은 “제리치는 골대 앞 집중력이 상당히 뛰어나 득점을 책임지고 있고 오스만도 윙으로 내려가 제리치를 도우며 팀에 자리를 잡은 모습”이라며 “팀 경기력이 지난해 못지않게 올라왔기에 희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 다양해진 득점원이 힘

인천의 동력은 다양해진 득점원이다. 인천은 올 시즌 빈공에 시달렸다. 총 27골을 넣어 성남에 이어 최소득점 2위다. 팀 득점의 약 절반을 책임진 득점 4위 무고사(12골)가 고립될 경우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발빠른 움직임이 반전의 계기였다. 장신 외국인 선수 케힌데를 비롯해 김호남·명준재 등 8명의 즉시 전력감 선수들이 수혈됐다. 김호남은 합류 뒤 11경기에서 4골을 넣었고, 명준재는 1골 1도움을 올렸다. 케힌데도 강한 신체 능력으로 수비를 끌어 모으며 무고사가 활약할 공간을 만들었다. 승점 24점의 인천은 승점의 절반 이상인 13점을 최근 10경기에서 쓸어 담았다.

부상 선수의 복귀도 반갑다. 수비 핵심인 부노자와 미드필더 이우혁이 지난 15일 장기 부상에서 회복돼 돌아왔다.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유상철 인천 감독은 “동계 훈련에서 체력·근력 프로그램이 부족해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 멤버를 짜기도 힘들었다”면서 “영입한 선수들과 부상에서 복귀한 선수들이 전술·조직적인 부분에서 손발이 맞아가고 있어 앞으로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인천은 29일 강원 FC(5위), 다음 달 6일 전북(1위) 등 강팀과의 경기를 앞뒀다. 유 감독은 “3점이 안 되면 1점(무승부)이라도 가져올 것”이라며 “절대 강등되지 않도록 죽을 각오로 뛰는 모습을 팬들께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경남·제주에 각각 1승 2무를 기록한 상대전적도 인천에겐 호재다.

제주, 윤빛가람 앞세워 잔류 도전

제주의 기회는 군 전역 선수들의 합류와 함께 찾아왔다. 안현범과 김지운이 지난달 12일 아산 무궁화에서 전역했고, 지난 17일엔 윤빛가람과 백동규가 상주 상무를 떠나 합류했다. 예비군들이 처음 발을 맞춘 지난 21일 제주는 성남 FC(9위)에 3대 0 대승을 거뒀다. 지난 7월 10일 FC 서울전 4대 2 승리 후 10경기만에 이겼다. 볼 점유율(%) 56-44, 슈팅 11-10으로 오랜만에 경기를 주도했다.

최윤겸 제주 감독은 윤빛가람 효과를 반겼다. 윤빛가람은 올 시즌 상주에서 8골 4도움을 올릴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 최 감독은 “기술이 좋은 윤빛가람에게 수비가 몰리다 보니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이 생겼다”며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있는 선수라 팀의 전술 이해도만 높인다면 허리싸움에서 주도권을 잡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복이 문제다. 제주는 성남전 승리 후 가진 24일 포항 스틸러스(6위)와의 경기에서 1대 2로 패했다. 슈팅 11개(유효슈팅 5개)를 시도했지만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최 감독은 “강등권 팀들과 만나는 승점 6점짜리 승부에서 물러서지 않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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