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 신장제한 사라진 ‘진격의 용병’… 겨울 코트 달군다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들이 1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프로농구 2019-2020 정규시즌은 5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공식 개막 경기로 시작된다. 왼쪽부터 전창진 KCC 감독, 이상범 DB 감독,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 이상민 삼성 감독, 문경은 SK 감독,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 추일승 오리온 감독, 서동철 KT 감독, 김승기 KGC 감독, 현주엽 LG 감독.연합뉴스


겨울스포츠의 꽃 프로농구가 드디어 닻을 올린다. 프로농구 2019-2020 정규시즌이 5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공식 개막 경기로 내년 3월 31일까지 6개월간의 대장정을 진행한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외국인선수의 신장제한을 철폐한 대신 매 쿼터 1명만 뛸 수 있도록 규정이 변경돼 국내선수들의 비중이 매우 커질 전망이다.

모비스와 SK가 2강으로 꼽혀

지난 시즌 0.792의 가공할 승률(43승 11패)로 코트를 평정한 뒤 전자랜드를 누르고 통합우승을 차지한 현대모비스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라건아와 이대성에 백전노장 양동근과 함지훈, 주전급 식스맨 박경상을 보유해 약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주전들이 상대적으로 노장이 많다는 게 흠일 수 있지만 이대성의 창의적 플레이와 부상에서 복귀할 이종현의 파워가 가세한다면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이상윤 SPOTV 해설위원은 “살림꾼인 문태종이 은퇴해 직전시즌 수준의 독주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가장 믿음직한 외국인선수 라건아에 노련하고 탄탄한 국내 선수진이 있으니 올 시즌도 강할 것”이라고 평했다.

현대모비스의 독주를 막을 가장 유력한 팀으로는 직전 시즌 지독한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디펜딩챔피언에서 9위로 내려앉은 서울 SK가 꼽힌다.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 자밀 워니가 걸출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데다 역대 최장수용병 애런 헤인즈는 건강만 하다면 아직도 최상의 실력을 발휘한다. 김선형을 중심으로 최준용과 안영준, 최부경 등 호화 국내 선수단이 부상을 털고 예열 중이다.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들은 1일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현대모비스와 SK를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선정했다.

나머지도 상향 평준화로 예측불허

현대모비스에 밀려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실패한 전자랜드도 다시 한 번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다. 정효근이 입대하고 김상규가 자유계약선수(FA)로 현대모비스로 떠나며 자랑하던 장신 포워드진이 얇아졌지만 돌아온 머피 할로웨이를 중심으로 한 빠른 농구가 기대된다. 강상재와 김낙현, 차바위 등 다른 팀에 비해 슈팅에 능한 선수들이 많다는 점은 전자랜드의 차별화되는 강점으로 꼽힌다. 주전 포인트가드 박찬희의 리딩이 더욱 중요해졌다.

역대 최고 연봉(12억7900만원) FA 김종규를 영입하고 시즌 중반 이후 두경민까지 군에서 복귀하는 원주 DB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이 위원은 “외국인선수 칼렙 그린도 실력이 좋고, 김종규에 허웅과 윤호영 등 국내 선수진이 맹활약을 하리라고 본다”며 “다만 슈터가 부족한 것이 단점인데 새로 영입한 김태술이 반등하고 김종규가 상대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다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전했다.

김종규는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아직 몸상태가 70% 정도지만 일단 경기에 나서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드릴 것”이라며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나머지 팀들도 저마다 강점을 내세워 정상을 꿈꾼다. 전주 KCC는 직전 시즌 최우수선수(MVP) 이정현이 외국인 선수들의 출전이 줄어든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가 크다. 긴 세월을 거쳐 돌아온 전창진 감독의 용병술도 주목된다. 국내 최고의 빅맨 안양 KGC인삼공사 오세근은 시즌을 앞둔 연습경기 등에서 KCC로부터 이적한 외국인 선수 브랜든 브라운과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다만 시즌 종료 후 무릎 수술을 한 만큼 오세근의 건강이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직전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부산 KT는 단점으로 꼽히던 수비를 보완하기 위해 비시즌 동안 맹연습을 했다. 수비 조직력이 갖춰진다는 전제 하에 아직 베일에 싸여 있는 최장신(213㎝) 용병 바이런 멀린스의 실력이 수준급이라면 양홍석, 허훈 등 젊은 국내 선수들과 강력한 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고양 오리온은 팔방미인 마커스 랜드리에 강력한 국내 선수 트리오(이승현, 최진수, 허일영)가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김종규가 떠난 창원 LG는 새롭게 에이스로 도약한 김시래가 현주엽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신장제한 철폐로 한 시즌 만에 돌아온 버논 맥클린은 이미 실력이 검증된 선수다. 직전 시즌 승률 0.204(11승 43패)로 무너진 서울 삼성은 러시아 및 구소련 국가들의 연합 리그인 VTB 유나이티드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닉 미네라스를 내세워 명예 회복을 꿈꾼다.

올 시즌 달라진 점은

올 시즌 프로농구는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각 1경기씩 개최되고 금요일에는 2경기가 열린다. 주말에는 토요일 3경기, 일요일 4경기가 펼쳐진다. 직전 시즌 프로농구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각 2경기, 주말에는 3경기씩을 치렀다. 또 오후 7시30분이었던 평일 경기 시작 시간이 오후 7시로 돌아왔다. 주말 시간은 이전과 같은 오후 3시와 5시다. 프로농구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농구영신’ 경기로는 12월 31일 밤 부산에서 KT와 LG가 격돌한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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