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연초부터 美 ‘연준’발 악재… ‘배트’ 길게 잡아야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P뉴시스








새해초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 긴축 강화 소식이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그동안 중국과 동조를 보여왔던 우리나라 증시는 이번엔 미국이 누르는 무게에 다른 나라보다도 더 유난히 허우적대는 모습이다. 시장전문가들은 그러나 막연히 돌이킬 수 없는 악재로 인식하기 보다는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에서 경기와 통화정책 사이에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시장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코스피, 왜 연준발 악재에 약한가?

시장에서는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스탠스가 드러난 것으로 평가한다. 오는 3월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종료직후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과 함께 추가로 8조8000억 달러에 이르는 대차대조표(자산) 축소가 거론됐기 때문이다.

연준의 스탠스 변화는 지난해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착화돼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경기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번주 발표하는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 6.8%에 이어 7.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이 급격한 물가상승은 공급병목 현상에 이은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에 따른 임금상승이 가세하고 있고 이에 대한 우려가 연준이 강성 매파로 변신한 이유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10일 보고서에서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 시나리오를 기본, 상방, 하방 3가지로 가정해 분석한 결과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방 4.6%, 기본 3.2%, 하방 2.6%로 시장 컨센서스인 2.1%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FOMC 의사록 내용에 연초부터 한국 증시가 유난히 크게 출렁이는 것은 2018년 연준이 금리인상과 함께 단행한 자산축소 조치에 코스피가 뉴욕증시의 S&P500 지수의 하락 폭(15.6%)보다 큰 20.9%나 폭락했던 아픈 기억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가 촉발한 대중국 관세 전쟁이라는 더 큰 악재가 겹쳤음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올 들어 코스피가 상대적 하락이 큰 것은 미 연준의 매파적 성향에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이 지난해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등 모멘텀과 펀더멘털이 취약해진 것이 더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블룸버그 통신이 10일 기술주 의존적인 원화가치가 달러 대비 추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 것은 이런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기 긴축, 처음엔 쓰지만 결국 ‘약효’

인플레이션이 역진세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 고소득층보다는 소비성향이 큰 중산·서민층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단기간의 금리인상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론 중앙은행의 조기 대응이 경기전반에 득이 될 수 있다. 최근 소비가 주춤해진 이유도 기업들의 소매가격 전가에 따른 인플레 영향이 가계 사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단기적 금리 상승이 추세적 상승으로 변할지 확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경기 둔화와 연준의 긴축 조합은 증시 불확실성을 확대하는 요인이기는 해도 좀 더 길게 보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주식시장의 경우를 봐도 금리가 오르면 주가(수요)가 하락하며, 이는 경기둔화를 불러와서 역으로 연준의 긴축 스탠스를 돌려세워 금리 상승을 제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가 지난해 5월 수준인 1.7%대로 상승했으나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비해 아직 낮다. 실질금리를 의미하는 TIPS 금리도 마이너스로 채권시장에서는 인플레보다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2월 FOMC를 통해 앞당겨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추후 통화정책 일정에 대한 부담을 오히려 완화해 금리 상승폭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앞서 이뤄진 금리인상 사이클을 감안할 경우 시중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폭과 강도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여지가 크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조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 실질 금리가 -4%대에 머물러 있는 점을 들어 아직도 주식을 대체할 만한 투자처는 없다고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1~2월 동안 주식시장에 미칠 단기 여파는 감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연준의 매파적인 통화정책 스탠스에 크게 흔들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기와 통화정책 간의 미스매치 구간이기 때문”이라면서 “코스피는 펀더멘털 모멘텀이 글로벌, 선진국대비 상대적 열위에 위치한 상황에서 수급부담까지 가중돼 1월~ 2월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질 기준금리 상승이 주식시장에 악재는 아니지만 주가 상승 폭은 둔화되고,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해 11월 이후 S&P500은 5% 이상 조정이 없었으나, 7~8%이상 주가 조정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코스피의 경우 올해 성장률과 실적 예상치를 감안한 적정수준(2900~3400포인트)을 감안하면 추세적 하락 위험은 낮을 것이라며 전략 측면에서 실적 가시성과 안정성을 중심으로 성장주 편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운송·항공·자동차 업종 주가가 견조하다고 귀띔했다. 이은택 연구원은 가치주 중에서 ‘리오프닝’과 교집합이 될 수 있는 주류·식자재, 유가 관련, 여행레저 종목을 추천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