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기자의 사모 몰랐수다] 나만의 언어·표현으로… “와, 하나님 쩔어요”

자두 사모가 지난 1월 유튜브 ‘미션라이프’ 채널에 출연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마음 가운데 자유함이 있는 한국교회 사모들이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자두 사모님 인터뷰에 너무 공감돼 보는 내내 유쾌 상쾌 통쾌했네요.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이 땅의 모든 사모님 힘내세요.”

지난 1월 유튜브 ‘미션라이프’ 채널에 업로드된 자두 사모의 인터뷰를 본 어느 사모님이 남긴 댓글이다. 기독교 콘텐츠치곤 이례적으로 조회수 40만을 기록한 이 영상에는 6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로, 또 사모가 된 뒤 경험한 이야기를 자두 사모는 꾸밈없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사모’라는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둔 적이 있었다. 어느 날 한 원로 목사님께서 ‘자두 사모야 네가 왜 설교하려고 하니, 우리가 너처럼 ‘하나님 쩔어요’라고 못해. 그건 너만 할 수 있는 말들이야. 너의 말투가 아닌 다른 옷을 굳이 입지 않으려 해도 돼. 있는 모습 그대로 네가 만난 하나님을 너의 언어와 표현으로 전하면 그게 복음이야’라는 말씀에 자유로워졌다. 연예인 사모로 내게 허락된 것은 훨씬 많고 특수하다”고 고백했다.

와, 공개된 자리에서 “하나님 쩔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모가 몇이나 될까. 예측하건대 아마도 그는 국내 유일의 사모일 것이다. 사모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 발언은 바로 이 부분이다.

“사모가 쉬운 자리는 아닙니다. 열심히 하면 나댄다고 욕먹고, 조용히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욕먹죠. 교회 식당에서 사모가 깍두기를 크게 썰면 ‘사모가 쓸데없이 손이 크다’고 욕먹고, 작게 썰면 작게 썬다고 욕먹고 그런데 우리가 깍두기로 천국 가나요. 사모님들 좀 그만 피곤하게 하세요.(버럭)”

깍두기 이야기는 나도 유경험자다. 교회에서 김장하던 날 평소 깍두기를 큼지막한 크기로 담그는 것을 좋아하던 A권사님은 나에게 “크게 잘라야 한다”며 손수 시범을 보여줬다. 알려준 대로 열심히 깍두기 썰기를 하고 있는데 이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B권사님은 “그렇게 크게 썰면 어떻게 하느냐”며 호통을 쳤다. 두 권사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기억이다.

자두 사모의 사이다 발언은 사모들의 마음에도 위로가 됐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모들은 “참 기쁨과 위로와 도전 그리고 자유함을 얻었다”며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말들을 자두 사모가 대신해 시원하다”는 반응이었다.

사모들뿐 아니라 일부 권사님들의 자기반성도 있었다. “제발 권사님 집사님들, 사모님 괴롭히지 마시고 서로 위로하며 삽시다. 사모님들의 그 헌신과 수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참고로 저는 권사입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교회에서 엄청 권위를 부리는 사모도 있다”거나 “반대로 사모가 성도들에게 상처를 줄 경우 너무 힘들고 시험에 빠진다. 대장 노릇과 대접만 받으려는 사모들이 이 영상을 보고 더 심해질까 봐 걱정된다”는 이야기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2년이 지났다. ‘살림 고수’인 권사님들이 교회 식당에 모여 칼질하던 도마 소리가, 성도들과 함께 모여 앉아 식사 교제를 나누며 안부를 묻던 북적거림이 그리운 요즘이다. 돌이켜보면 지난날 간섭처럼 느꼈던 성도들의 관심과 질책들도 사모로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라는 애정과 사랑은 아니었을까.

직분을 떠나 죄인인 우리는 하나님의 긍휼과 아들을 주시기까지 사랑하신 은혜로 구원받은 존재이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3:35) 예수님께서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부탁하신 말씀이다. 사랑으로 행함으로써 우리는 믿음이 살아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 사순절 기간이다. 말에 앞서 행함으로 보여주는 그런 사랑과 위로를 할 수 있는 우리가 됐으면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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