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속으로…] 목수·바리스타… ‘일하는 목회자’ 행복한 공동체를 가꾸다

안준호 참포도나무교회 목사가 최근 서울 용산구 중앙루터교회에서 최송아씨와 함께 목재 패널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경기도 고양 일산동구에서 안 목사가 운영하는 카페 '커피마을' 모습. 참포도나무교회 제공
 
지난달 인천 미추홀구에 세워진 커피트럭 '달려라커피'에 몰려온 손님들. 참포도나무교회 제공


“땅, 땅, 땅….” 안준호(52) 참포도나무교회 목사는 최근 서울 용산구 소월로 중앙루터교회 데크에서 목재 패널을 고르게 하려고 무릎을 꿇고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안 목사는 “데크에 패널을 새로 까는 것보다 이렇게 교체하는 게 더 까다롭다. 비틀어진 나무를 바로잡으며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날은 이렇게 목수로 일하고 또 다른 날은 바리스타로 일한다. 일하는 목회자 ‘이중직 목사’다.

일하다 잠시 짬을 낸 안 목사와 대화했다. 그가 처음부터 일하는 목회자로 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안 목사는 2004년 초 경기도 고양에 상가 교회 개척 후 전도를 시작했다. “교우들과 함께 농사 지은 옥수수 수천 개를 나누면서 교회를 소개했다. 그런데 그거 받고 교회 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더라. 좌절했다.”

잠시 한숨을 쉬었다. “내가 설교하는 내용과 내 삶의 괴리를 느꼈다. 내 안에서 ‘너나 똑바로 살아라’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중엔 말더듬증까지 오더라. 그 무서운 삶과 언어의 불일치를 극복하는 것이 내 목회의 첫 번째 과제였다. 파주의 심학산을 오르며 묵상을 많이 했다. 어느 날 시원하게 바람이 부는데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준호야, 괜찮아’라고. 이후 내가 가진 달란트로 즐겁게 목회를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같은 해 말부터 목공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뭔가 만드는 걸 좋아했다. 커피도 즐겼다. 목공으로 교회 꾸미기를 시작했다. 천천히 방향을 잡아 나갔다. ‘성도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같이 즐겁게 살자. 이야기 들어주는 목사가 되자. 생활신앙 공동체가 되자’고 생각했다.” 그는 동네 아이들과 이웃을 만나기 위해 2008년 말 경기도 고양 일산동구 골목길에 어린이 북카페 ‘숲을걷다’를 세웠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이곳으로 와 책을 읽고 놀았다. 그 모습이 지금까지 이어져 교육 공동체가 됐다. 2010년부터는 카페 ‘커피마을’도 하게 됐다. 목공 일을 도우러 온 교회 청년 최송아(36)씨도 이 교육 공동체 멤버라고 했다. 뭘 하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별거 안 한다. 그냥 논다. (웃음) 학부모, 교회학교 학생들, 청년들이 매주 금요일 모여 영화도 보고 서점도 가고 밥도 먹는다”고 했다.

안 목사는 커피트럭 ‘달려라 커피’도 만들었다. 커피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나 달려간다. 그는 “웨딩업체, 학원 등의 의뢰로 하루에 수백 잔 씩 무료 커피를 나눠준다. 그러다 전도를 하기도 한다. 학원 홍보 의뢰로 갔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갑자기 ‘우리 애가 말을 안 듣는다’고 말을 꺼냈다. 상황을 들어보니 아이가 많이 외로울 거 같더라. 아이에게 사랑을 줄 인근 교회로 가보라고 했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성도들과 함께 일을 한다. 목공은 주로 최씨가 돕고 커피트럭 일은 교회 청년 배수정(29)씨와 함께한다. 배씨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어딘가 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길엔 항상 커피마을에서 목사님이 내려준 커피를 마셨다. 그때마다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배씨는 오는 9월부터 독립된 커피트럭 일을 맡을 예정이다. 배씨는 “참포도나무교회에서 매일 찬양하고 기도하고 말씀 듣는 생활에 대해 배웠고 일상에서 기도하는 법을 배웠다”며 감사했다.

참포도나무교회 성도는 30여명이다. 매 주일 예배 후 식사를 함께한다. 매주 수요일엔 독서모임도 갖는다. 참포도나무교회는 교육·생활·신앙 공동체다. 성도들은 이 안에서 행복해 보였다. 안 목사는 “성도들이 교회에 오면 행복하고 세상에 가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나는 신앙 상담이나 비즈니스 상담도 하고 일자리도 만든다. 일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하나님을 기쁘게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중직 목회자 주목해야 할 이유

교수는 21일 "이중직 목회자의 유형을 보면 생계형 자비량형 선교형이 대략 6대 3대 1의 비율로 나타난다"며 "한국교회가 자비량형이나 선교형 이중직을 통해 더 창의적이고 다양한 목회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 교세 하락이 코로나 기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박행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 총무는 "교단이 목회 환경 변화에 따른 생계형 이중직이나 선교형 이중직을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이중직 목회자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출석 교인 50인 이하 교회 목회자 48.6%는 이중직 목회 경험이 이미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참포도나무교회(안준호 목사)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포도나무교회는 지난 4월 출간된 '우리는 일하는 목회자입니다'에도 주요 연구 사례로 소개됐다. 이 책에서 이중직 목회자 현실을 인류학적으로 연구한 김재완 작가는 "참포도나무교회는 목회자가 이중직을 통해 자비량 목회를 하면서 세상과 소통하고 선교하는 경우"라고 분석했다.

같은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서 이중직 목회를 찬성하는 이유로 '생계 해결'(45.2%), '소신 목회'(23.2%)가 주로 나왔다. 이어 '선교적 교회'(12.4%) '재능과 전문성 발휘'(8.8%) '새로운 목회 시도'(6.3%) 등이 뒤를 이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2016년 이중직 목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예수교대한성결교회는 지난해 이중직을 허용했다. 하지만 일부 교단이 '미자립교회 목사'에 한해 이중직을 허용하면서 '반쪽 법제화'라는 반발도 있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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