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엄두 못냈는데… 작은 교회 4곳 힘 합쳐 연합 교실 ‘활짝’

경기도 화성의 4개 교회가 공동 운영하는 ‘연합주일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1일 화성의 선납숲공원에서 열린 숲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이들 교회의 연합주일학교는 이달 말 수료식을 가진 뒤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산돌교회 제공


토요일인 12일 오전 9시쯤 경기도 화성 산돌교회(황창진 목사)에는 교회학교 유·초등부 학생과 교사 24명이 모인다. 이들은 30분 정도 예배를 드린 뒤 승합차 3대에 몸을 싣고 서울로 향하게 된다. 아이들은 ‘한국의 어머니 교회’로 불리는 정동제일교회 등지를 방문한 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으로 향한다. 서울 방문은 ‘평화의 하나님’을 되새겨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아이들 소속 교회가 한곳이 아니라는 거다. 학생들은 산돌교회 주말씀교회(김재인 목사) 주마음교회(김영민 목사) 세계로교회(김정열 목사)에 각각 다니는 아이들로, 이들 4개 교회는 지난 9월부터 교회학교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교회들은 무슨 이유에서 교회학교를 함께 운영하게 된 것일까.

작은 교회들의 ‘연합주일학교’ 실험

시작은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성도는 줄고 교회 이미지는 나빠지는 삼중고에 허덕이면서도 힘겹게 활동을 이어가던 교회학교들은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다. 산돌교회도 그중 하나였다. 황창진 목사는 돌파구를 찾으려고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 읽었다. 그러던 중 마주한 것이 이은경 감리교신학대 연구교수의 글이었다. 이 교수의 글엔 여러 교회가 연합해 교회학교를 함께 운영하는 ‘연합주일학교’라는 아이디어가 담겨 있었다.

일반적으로 미자립교회는 인력 부족이나 열악한 재정 탓에 교회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데가 많다. 가령 지앤컴리서치가 지난 5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서북노회 소속 교회 215곳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의 43%가 교회학교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작은 교회라도 서로 힘을 합치면 상황은 달라진다.

황 목사는 경기도 화성 동탄 지역에 있는 교회 3곳과 연합주일학교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산돌교회를 제외하면 그간 교회학교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던 교회들이었다. 4개 교회 목회자들은 올봄 이 교수를 초대해 세미나를 열었고, 8월에는 여름성경학교를 함께 진행했으며, 9월부터 연합주일학교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연합주일학교는 학기제로 운영되며 방학도 있다. 방학을 맞으면 아이들은 소속 교회로 돌아가 신앙생활을 한다. 토요일에 운영되는 점도 특징이다.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 대다수는 부교역자 없이 홀로 교회의 모든 사역을 떠맡는다. 즉 담임자가 일요일에 교회학교에 관심을 쏟기가 쉽지 않으니 연합주일학교는 주일이 아닌 토요일에 운영되는 것이다.

황 목사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학생 중엔 소속 교회에 교회학교가 없는 탓에 주일학교를 처음 경험하는 아이들도 있었다”며 “여러 교회가 힘을 합치니 교회학교의 동력이 배가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합주일학교는 교회학교를 운영하기 힘든 교회들에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연합주일학교는 왜 학기제로 운영될까. 과거에도 비슷한 실험을 벌인 교회들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교회에선 각 교회가 애써서 전도한 아이들이 프로젝트를 공동 운영한 다른 교회로 소속을 바꿔버리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학기제는 이런 일들이 재연돼 목회자들 사이에 생길 수 있는 갈등을 막는 역할을 한다. 방학이면 원래 다니던 교회로 돌아가 출석 교회에 대한 소속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방학을 활용해 다음 학기 교육 과정을 준비하고, 이를 통해 좀 더 내실 있는 신앙교육이 이뤄질 수 있게끔 하는 이점도 있다.

연합주일학교는 교사가 부족하거나 관련 시설이 열악해서, 혹은 학생 수가 너무 적어서 고민 중인 교회들에 근사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작은 교회들이 교회학교를 운영하려 할 때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교사가 없다는 것인데 작은 교회들이 연합하면 이 문제도 얼마간 해결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의 문제 중 하나는 ‘우리교회 우선주의’로 요약되는 개교회주의”라며 “연합주일학교는 개교회주의를 탈피하자는 취지가 담긴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탄에서는 감리교회만 모여 연합주일학교를 만들었지만 초교파적으로 모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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