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교회 섬기는 대형교회… 나누고 보태고 잇단 ‘상생 행보’

농어촌·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이 14일 부산 해운대구 수영로교회에서 열린 ‘농어촌·도시미래자립교회 세미나’에 참석해 함께 찬양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재개한 세미나에는 목회자 부부 700여명이 참석했다.


14일 오전 11시가 지나자 부산 해운대구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에 목회자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이날부터 이틀간 ‘교회, 함께하다’를 주제로 한 ‘농어촌·도시미래자립교회 세미나’에 참석하는 이들이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수영로교회 성도들 표정엔 설렘이 가득해 보였다.

세미나는 수영로교회가 1993년부터 진행해 온 사역으로 올해 27회를 맞았다. 코로나19로 2년 동안 모이지 못한 걸 제외하면 한 해도 거른 적이 없었다. 3년 만에 다시 모인 세미나에는 수영로교회가 지원하는 300여개 교회와 추가 신청받은 100개 교회에서 목회자와 사모 700여명이 참석했다.

세미나는 쉼과 안식을 위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2013년 암 수술을 시작으로 100여 차례 항암 치료를 받는 천정은 춘천 한소망교회 성도의 간증, 한성렬 고려대 명예교수의 목회자 상담 강의, 뮤지컬 ‘더 북, 성경이 된 사람들’ 공연, 탁지원 현대종교 발행인의 이단 특강, 이규현 목사의 강의 등이 마련됐다.

교회는 1987년부터 전국 각지의 300여개 농어촌교회와 50여개 도시미래자립교회(미자립교회)를 교파를 초월해 지원하고 있다. 재정 지원을 넘어서서 교인과 교회들이 만나는 접점을 넓히고 있다. 매년 1500여명의 교인이 전국 교회로 흩어져 봉사하는 ‘농어촌 전도 집회’가 대표적이다. 이뿐 아니다. 교인들은 7~9월 사이 ‘경남 임팩트’라는 이름으로 결연 교회를 다시 찾아가 교회 수리와 목회자 위로 행사를 이어간다.

홍환식 전북 부림교회 목사는 “작은교회 목사들이 여러모로 사역에 어려움이 많은데 수영로교회 목회 세미나에 참석하면 동료들과 어려움을 나누면서 새로운 용기를 얻게 돼 유익하다”면서 “한데 모여 찬양하고 기도하며 큰 쉼을 얻고 힐링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수영로교회는 농어촌·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게 월세와 승합차 교체, 교회·사택 보수, 멘토링 지원도 펼친다.

이규현 목사는 “교회가 교회 되게 하는 세 가지 요소는 공동체성 공교회성 공공성인데 이는 모든 교회 공동체에 해당된다”면서 “수영로교회가 농어촌교회와 미래자립교회를 섬기는 일은 다른 교회를 섬기는 일이 아니라 주님의 몸을 세우는 일로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수영로교회 같은 대형교회가 작은교회를 섬기는 사역은 최근 교계 트렌드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지난 9월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의 '9.26 한국교회 섬김의 날'에 이어 지난달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가 개최한 ‘2023 목회 리스타트(Restart) 콘퍼런스’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작은 교회들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그나마 여건이 나은 큰 교회들이 상생과 섬김의 마음으로 손 내미는 취지가 크다. 행사의 내용도 금전적 지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콘텐츠로 목회 노하우를 공유하고, 예배 회복과 부흥 방안까지 모색할 정도로 업그레이드됐다. 이들 교회는 내년에도 이 같은 행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주최 측이나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사랑의교회 측은 “코로나 이후 예배의 회복을 목회자들과 함께 꿈꾸고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의 사명을 회복했다는 게 큰 열매였다”면서 “전국의 목회자들과 온전한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로 다짐하는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새에덴교회 콘퍼런스에 참석했던 이덕봉(인천 행복샘교회) 목사는 “9년째 사역하면서 우리 교회만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큰 교회도 똑같이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는 걸 알았다”면서 “한 영혼을 구하기 위한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도전했던 새에덴교회의 열정을 보며 내 목회에도 간절함을 회복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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