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사우디에 복음의 꽃 필까



요즘 전 세계 뉴스 메이커는 단연 무함마드 빈 살만(MBS)인 것 같다. 37세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개혁 드라이브가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수도 리야드에 활주로 6개를 갖춘 초대형 공항인 ‘킹살만 국제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연간 여행객 1억2000만명을 소화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인천국제공항이 4개 활주로 중 3개 활주로를 운영 중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지난 10월엔 네옴시티의 핵심 주거단지 ‘더 라인’의 터파기 공사 현장이 공개되면서 네옴 프로젝트의 실체가 드러났다. 더 라인에는 170㎞ 길이로 뻗어 나가는 초고층 빌딩 2개가 벽처럼 세워지며, 그 내부에서 5분 생활권이 형성되도록 설계된다. MBS가 한국을 다녀가면서 제2 중동붐 기대도 치솟고 있다.

MBS의 개혁 조치는 2016년 ‘사우디 비전 2030’이 발표된 이후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사우디 비전 2030은 사우디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으로, 석유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경제를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모든 규제를 철폐하고 있다. 사우디가 워낙 닫힌 국가였던지라 MBS의 개혁은 모든 게 파격으로 보인다. 여성의 운전 허용, 35년 만의 콘서트 및 영화관람 금지 조치 해제, 여성의 축구 경기 관람 허용, 비키니 착용과 음주가 가능한 관광특구 설치를 비롯해 외국인 관광비자 발급을 자유화하면서 사우디판 ‘성지순례’도 가능해졌다.

MBS는 일반 시민을 체포하는 것이 가능했던 무소불위 종교경찰의 권한을 축소했고, 여성들의 이슬람식 검은색 원피스인 ‘아바야’와 눈만 내놓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스카프인 ‘니캅’ 착용을 강요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또 무슬림형제단에 학교 교육을 맡길 수 없다고도 했다. 개혁 드라이브가 외형적 변화만을 추구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는 2017년 국제 투자자들 앞에서 했던 말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MBS는 “지난 30년은 진정한 사우디가 아니었다. 모든 종교와 세계 모든 전통과 사람들에게 온건한 이슬람을 지향하겠다. 앞으로 30년을 극단주의자들과 싸우는 데 낭비하고 싶지 않다. 그들을 지금 당장 파괴하겠다”고 말했다. 이슬람 종주국 왕세자가 이슬람 원리주의를 기반으로 한 와하비즘으로 건국된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수준의 발언이기에 의구심을 자아내지만, 현재 그의 행보를 보면 앞으로 사우디는 우리가 알던 나라는 아닐 것이 분명해 보인다. 종교적 분야의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MBS는 2018년 이집트의 콥트정교회 교황 타와드루스, 영국 성공회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를 차례로 만나 종교 간 대화와 관용을 논의했다. 미국 뉴욕 유대교 지도자들과도 회동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사우디는 2017년 성탄절 시즌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사상 처음으로 설치했다. MBS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살바토르 문디’의 구입자로도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2017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4억5030만 달러(5345억원 상당)에 낙찰됐다. MBS는 이 그림을 자신의 호화 요트에 보관하고 있다. 살바토르 문디는 라틴어로 ‘구세주’라는 뜻이다.

향후 사우디 내에 종교적 자유가 보장된다면 기독교도 큰 폭에서 퍼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사우디 자국인을 위한 교회는 공식적으로 허락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자국인 교회도 늘어날 수 있다. 사우디의 변화는 아라비아반도 내 다른 국가에도 여러 모양으로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종교 자유가 아라비아반도 전체로 확산돼 인권이나 종교를 탄압한다는 몇몇 국가의 오명이 벗겨지기를 바란다. 아라비아반도는 복음의 불모지가 아니다. 성경에 아라비아란 말이 16번 나올 정도로 친숙한 성경의 땅이자 ‘굿뉴스’가 전해진 곳이다. 사도 바울은 첫 선교사였다(갈 1:17). 사우디인들은 다시 한번 굿뉴스를 기다릴지도 모른다. 한국교회가 할 일이 많다.

신상목 미션탐사부장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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