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한 채 숨진 40대 김모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200여명이라고 한다. ‘빌라왕’으로 불린 김씨가 숨지면서 경찰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피해자들 상당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했지만 HUG가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돌려주는 대위변제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계약 해지를 통보받아야 하는 집주인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상속자도 없다. 김씨에게 부모가 있지만 상속을 거부하고 있다. 김씨의 체납액 62억원을 떠안을 자신이 없어서다.

빌라왕 사건은 전형적인 깡통전세다. 깡통전세는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통상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의 80%에 육박하면 깡통전세 위험성이 높다고 한다.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법원 경매에 부쳐지면 경매를 통한 낙찰가가 아파트라도 80%를 밑도는 경우가 많다. 빌라의 경우 낙찰가가 그보다 더 낮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가 제공하는 전세가율 정보(부동산테크 임대차사이렌)에 따르면 전국 연립·다세대 주택 평균 전세가율은 82.2%를 기록해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서울은 평균 79.9%다. 구별로 보면 강동(89.5%), 동대문(80.4%) 등 13개 구가 80%를 넘었다. 관악(92.7%)처럼 90%를 넘은 곳도 있다. 경기도는 평균 82.2%로 서울보다 높다. 부천(81.4%), 평택(90.5%) 등 17개 지자체가 80%를 넘었다. 인천(88.7%)은 수도권 광역단체 중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비수도권 중에서는 세종시가 116.8%로 전국 최고다. 문제는 내년에 집값이 더 떨어지면 전세가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깡통전세 피해자들은 임대차 계약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나 선순위 권리관계를 꼼꼼히 따져보지 못하고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등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제도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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