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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무착륙’ 시나리오 부상… “연료 떨어지면 큰 위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증시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난해 연쇄적인 금리 인상은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였다. 물가가 잡히면 소비가 줄고, 실적이 나빠진 기업들은 일자리 감축과 임금 동결에 나서기 마련이다. 경제가 불황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올해를 앞두고 시장이 예상한 관건은 충분한 회복 여력을 가진 소프트랜딩(연착륙)이냐, 성장동력을 상당 부분 잃어버리는 하드랜딩(경착륙)이냐였다. 그런데 현실의 미국 경제는 연착륙도, 경착륙도 아닌 ‘전혀 새로운’ 상태로 흘러가고 있다. 물가가 잡히는데도 일자리는 더 늘고, 임금 인상률마저 금리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이 같은 현상을 분석하며 “뉴욕 금융가의 주요 경제분석가 사이에 올해 미 경제가 연착륙도 경착륙도 아닌 제3의 형태, 즉 ‘무착륙(No Landing)’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불황 확률을 35%에서 25%로 하향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국 소비자물가 인상률 3%, 실업률 4%, 경제성장률 2%의 예측치도 내놨다.

골드만삭스의 물가인상률 전망치는 연준의 목표치(2%)보다 1% 높은 것으로,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업률 4%는 미국이 거의 완전고용 상태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이고, 경제성장률 2%도 매년 1%대 성장률을 보였던 미국으로선 이례적인 호황을 누릴 것임을 예측하는 것이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WSJ에 “이런 경기 흐름이 지속될 경우 물가상승률이 2% 선으로 떨어지는 경기 연착륙 상황은 도래하기 힘들다”고 했다.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1월 신규 일자리는 51만7000여개로 시장 전망치를 3배나 웃돌았으며 실업률은 3.4%로 54년 만의 최저치였다.

바클레이즈 투자은행의 마크 지안노니 미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열된 고용시장이 진정돼 간다는 신호가 전혀 없어 전문가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며 “최근 통계를 보면 금리 인상은 노동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안정, 고용률 상승이란 현재 미국 경제의 2박자가 결코 ‘안정적 호황’을 뜻하는 건 아니다. 기업의 수익률은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고금리 부담으로 투자도 둔화하기 때문이다.

이든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의 이런 무착륙 상태에 대해 “비행기가 고도를 더 높일수록 연료는 더 소모되는 것이고, 아예 연료가 바닥날 확률도 높아지기 마련”이라고 언급했다. 무착륙이 또 다른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무착륙 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지면 정반대로 그만큼 큰 위기를 맞게 될 개연성이 크다”면서 “연준은 긴축 정책이 현실 경제에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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