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D-1] 정상테이블 첫등장 '비핵화' 진도가 성패 가른다

文대통령 중재안 주목…'핵 신고-종전선언' 빅딜 끌어낼까
남북관계 개선, 판문점선언 기본…경제협력 수준에 관심
군사긴장종식 "무력충돌위험 근본제거"…DMZ적대행위 중단, NLL 평화수역 논의할듯

 
문 대통령 역할 설명하는 임종석 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임종석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17일 오전(한국시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정상회담 세부 일정과 주요 진행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논의될 '3대 의제'가 17일(한국시간) 공개됐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 남북관계 개선 ▲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촉진 ▲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전쟁위협 종식을 정상회담 의제로 소개했다.

임 실장은 이 가운데 남북간 군사적 긴장 및 전쟁위협 종식과 관련해서는 "무력충돌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전쟁위험을 해소하는 의미있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비핵화 논의에 대해서는 "구체적 진전에 대한 합의가 나올지 모든 것이 블랭크(빈 칸)"이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한편 임 실장은 자신이 언급한 3대 의제의 순서에 대해 "합의문에 담길 순서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 비핵화 북미대화 촉진…'핵 신고-종전선언' 빅딜 조율할까

임 비서실장이 언급한 세 가지 의제 가운데 나라 밖의 시선이 가장 많이 쏠린 의제로는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촉진을 꼽을 수 있다.

사안 자체가 엄중한 것은 물론, 북한과 미국이라는 양 당사자를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이다 보니 청와대로서도 한층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임 실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를 의식한 듯 "2000년과 2007년에는 비핵화가 의제로 올라온 적이 없다. 반면 이번에는 비핵화라는 무거운 의제가 정상회담을 누르고 있다"며 "이번 회담에 대해 어떤 낙관적 전망도 하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비핵화 조치의 선행 조건으로서 종전선언을 요구해 온 북한과 최소한 핵 리스트 신고 등의 실질적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 사이의 절충점을 찾아 김 위원장에게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북한의 핵 리스트 단계적 제출', '핵시설 신고를 위한 실무준비 완료 단계에서 종전선언 추진' 등 다양한 방안이 중재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는 추측이 흘러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준비위원회 자문단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의 '현재 핵' 포기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는데, 여기서 '현재 핵 포기'는 핵 리스트 신고 문제와, 상응 조처는 종전선언과 연결된다는 해석이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북측이 핵 시설 리스트를 신고할 용의가 있다고 의사표명을 한다면 종전선언 협상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미국과 협의가 됐다고 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북미대화 촉진이 성과를 거둘 경우 이는 '남북정상회담→한미정상회담→(남)북미정상회담→종전선언'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로드맵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임 실장은 "정상회담 직후 뉴욕에서 유엔 총회가 있다. 거기서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회담이 이뤄질 것"이라며 "(남북) 두 정상이 얼마나 솔직히 얘기하느냐가 (북미간 비핵화 합의에 성과를 내는) 상당한 계기가 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남북관계 개선…"판문점선언 이행이 가장 중요"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 의제에 대해 임 실장은 판문점선언을 바탕으로 논의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이미 개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용방안은 물론 인적·문화적 교류방안 등도 폭넓게 거론될 것으로 보이며, 정상 간 정기적 만남을 약속한 만큼 4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약속도 이곳에서 이뤄질 수 있다.

아울러 3·1절 등 민족적 의의가 있는 기념일에 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하거나, 국회, 정당, 지자체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특별히 임 실장은 "이산가족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방안도 심도 있게 별도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관심을 끄는 것은 남북간 경제협력 방안이다.

청와대는 이미 특별수행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4대 그룹 인사는 물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남북협력사업 관련 인사들을 대거 포함시켰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기반으로 남북 간 경협 논의를 진전시키겠다는 의지로도 풀이할 수 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금강산이나 원선·단천, 청진·나선을 남북이 공동 개발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와의 협력 사업을 통해 북방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내용 등을 포괄한다.

임 실장은 "(경제 관련 특별수행원들이) 북한의 경제 담당 내각부총리와 만나는 자리에서 무슨 얘기가 나올지 저도 궁금하다"고 했다.

다만 임 비서실장은 "다만 매우 엄격한 국제제재가 있어 실행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뚜렷한 경계가 있다"고 신중한 모습도 보였다.'

◇ 군사적 긴장·전쟁위협 종식…"의미있는 합의 기대"

임 실장이 이날 브리핑에서 가장 기대감을 드러낸 의제는 이날 군사적 긴장·전쟁위협 종식 의제였다.

임 실장은 "판문점선언 직후 군사 당국 간 많은 논의를 해왔고,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합의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촉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서는 남북군사 당국이 조율하고 있는 '포괄적 군사분야 합의서' 내용이 바탕이 되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비무장지대(DMZ) 내 적대행위 중단 및 군사협력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13~14일 판문점에서 무려 17시간의 마라톤 군사실무회담을 갖고, DMZ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DMZ내 GP(감시초소) 우선철수, DMZ 유해 공동발굴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최전방 남북한 작전부대를 비롯한 국방부와 인민무력성, 합참과 북한군 총참모부 간의 핫라인(직통전화) 설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남북정상의 합의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서해 NLL(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을 만들기 위한 합의가 이뤄질지도 관심거리다.

앞서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는 서해 평화수역 조성의 준비 단계로 NLL 일대에 함정 출입과 해상사격훈련을 금지하는 완충지대 설치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됐으며, 함정 출입·사격훈련 금지 구역 설정, 남북공동어로 조성 등의 논의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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