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김재열목사(18)공사장 먼지로 천식위기..."목사님, 빨리 이사하세요"

미국 뉴욕 센트럴교회가 2017년 올드웨스트베리 새 예배당으로 옮기기 전까지 사용했던 리틀넥 예배당.


“여보, 무슨 일이 있어요. 왜 흐느껴요.” 숨을 쉬면 색색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1초 후에 휘익 소리가 났던 모양이다. 그게 아내 귀에는 흐느끼는 소리로 들렸다. 이튿날 주치의를 찾아갔다. “목사님, 빨리 이사하십시오. 내버려 두면 천식이 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성도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목사님, 미안합니다. 사택을 진작에 준비했어야 했는데….” 허름한 사택을 사용한 이유가 있었다. 은행마다 건축 대출 조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교회 통장에 잔액이 최소 100만 달러 이상 들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조건을 맞추느라 사택 구매는 늘 뒤로 밀렸다.

160년 된 낡은 사택에서 14년동안 생활
싼 집 찾았지만 자금 마련할 길 없자
제직회서 사택구입 보조


새 땅에서 5분 거리에 싼 집을 찾았다. 계약금 4만3000 달러와 선수금 10만 달러가 필요했다. 우리 부부는 또 포기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목사가 어디서 돈을 빌리겠는가. 계약하는 날이 됐지만, 여전히 빈손이었다.

내심 포기하고 있었다. 아내는 늘 그렇듯 기도하러 교회로 향했다. “사모님, 이것으로 우선 계약하세요.” 어느 권사가 개인 수표를 불쑥 내밀었다. “집값이 싸고 새 교회당에서 가까운 곳인데 놓치고 싶지 않네요. 목사님 건강도 생각하셔야죠.” 문제는 중도금 10만 달러였다.

당시 우리 부부는 완전히 빈털터리였다. 정말 까마귀가 물어다 주는 것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3년치 사례금을 건축헌금으로 몽땅 드리다 보니 수중에 몇 달러도 없었다. 쌀이 없으면 어김없이 그다음 날 문 앞에 쌀 포대가 놓여 있었다. 교회는 수천만 달러 공사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10만 달러를 또다시 성도들이 분담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소식을 접한 당회에선 ‘재정 지출은 제직회 소관이라 권한이 없다’면서 제직회로 미뤘다. 이 모든 결정의 배후에는 교회 건축에 헌신하지 않으려는 건축위원장의 입김이 있었다.

제직회가 열렸다. 이때 장로님 한 분이 일어났다. “여러분, 지금까지 목사님은 목장 관리인이 살던 160년 된 낡은 집에서 14년을 사셨습니다. 그동안 주택비를 절약한 것만 따져도 30만~40만 달러가 족히 넘을 것입니다. 그런데 15만 달러 보조하는 것을 놓고 투표합니까. 그냥 박수 치고 만장일치로 받읍시다.”

하지만 기도 중에 비밀 투표가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표 결과 서너 표가 많아 보조하기로 했다. 악인은 스스로의 웅덩이에 빠진다는 말씀처럼 처음부터 거수로 표결했다면 틀림없이 부결됐을 것이다. 건축위원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매우 끈끈한 관계였기에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밀 투표를 하는 바람에 몇 사람들이 마음을 바꿨다. 계획에 없던 사택이 그렇게 생겼다. 앙심을 품고 있던 건축위원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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