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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황주리의 나의 기쁜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황주리 그림 인간이 만든 가장 인공적인 아름다운 도시를 들라면 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들겠다. 세상에서 가장 낯설고 화려한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를 처음 가본 건 이십 년 전쯤이었다. 카지노에는 관심조차 없었던 나는 기대하지 않고 우연히 들른 그 도시에 첫눈에 반했다. 반짝이는 낯선 혹성 같은 그곳에서 나는 마치 외계에 불시착한 어린왕자처럼 신비로운 기분에 휩싸였다. 그때 어느 호텔에 묵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가는 곳마다 각기 다른 콘셉트의 화려한 호텔들이 열기를 기다리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선물상자처럼 끊임없이 이어져 ...
입력:2017-11-17 05:25:01
[서양화가 황주리의 나의 기쁜 도시] 뉴욕에서 다시 삶을 생각하다
황주리 그림 서울이 내 고향이라면 두 번째 고향은 뉴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삼십대가 고스란히 그곳에서 흘러갔다. 누구라도 그 나이엔 그냥 흘러가는 삶에 대한 관조를 즐기지 못한다. 외롭고 괴롭고 누가 쫒아오는 듯 불안하고, 원하는 바를 빨리 이루려는 마음에 새벽까지 깨어있던 서른 살에 나는 뉴욕 맨해튼에서 매 순간 자신과의 전쟁을 치렀다. 내가 십여년을 살았던 곳은 바로 곁에 세계무역센터가 굳건히 서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 25층이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나 잠들 때나, 나는 매일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고 보...
입력:2017-10-20 04:30:01
[여금미의 시네마 패스워드-‘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고단한 불혹의 가장… 그에게 삶의 위로를
  지난 21일 개봉한 벤 스틸러 주연의 미국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에서 나란히 길을 걷고 있는 브래드(왼쪽)와 아들 트로이. 영화사 진진 제공 제목에 이끌려 홀린 듯 극장으로 들어섰다. 가끔은 ‘괜찮아’라는 한마디가 마음을 순식간에 무장해제 시키기도 하니까.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는 ‘브래드의 처지(Brad’s Status)’라는 원제를 번안한 제목이다. 롤러코스터의 곡 ‘힘을 내요 미스터 김’에서 영감을 얻은 것일까. 아무튼 위로가 필요한 이 시대에 꽤 영리한 선택이라 ...
입력:2017-09-24 05:50:01
[여금미의 시네마 패스워드] 그녀들이 계속 메가폰을 들어야 할 이유
  여성 감독의 독창적 언어와 시선이 돋보이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매혹당한 사람들’(위 사진)과 문소리 감독의 ‘여배우는 오늘도’의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메타플레이 제공 모든 언어는 권력구조를 내포한다. 보편적 기준이 되는 중심언어와 주변의 언어, 표준어와 사투리의 관계는 남성과 여성의 언어에도 적용된다. 남성의 신체, 성과 관련된 언어는 거리낌 없이 사용되는 반면 여성의 신체, 성과 관련된 언어는 감히 발화되어선 안 될 부끄러운 것으로 간주된다. 세상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여성의 ...
입력:2017-09-10 16:05:03
[여금미의 시네마 패스워드] 식탁 위에 펼쳐진 디스토피아
  인류가 미래에 마주할 음식은 어떤 모습일까. 사진들은 음식을 소재로 암울한 미래상을 그린 영화들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옥자’ ‘설국열차’ ‘매트릭스’의 한 장면. 각 배급사 제공 작은 캡슐 한 알로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한다는 상상은 미래 사회를 그린 SF 장르의 오래된 클리셰 중 하나다. 그리고 이것은 오늘날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기도 하다. 분말 혹은 바 형태의 대체식이 ‘미래형 식사’라는 이름으로 팔리기 시작한 지도 몇 년 됐다.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
입력:2017-08-27 16:05:04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공연부터 전시까지 실황 생중계… 득일까 실일까
연극 ‘샌드백’의 한 장면(왼쪽 사진). ‘샌드백’은 복수와 희생, 용서가 반복되는 엇갈린 인생 속에서 방황하는 세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오른쪽 사진은 뮤지컬 ‘찌질의 역사’의 한 장면. ‘찌질의 역사’는 청춘들의 서툰 연애사를 담았다. 내유외강컴퍼니·에이콤 제공 Q. 문화계 전반에 실황 생중계가 확산되고 있다. 극장에서만 보던 연극 뮤지컬 발레 오페라 등의 공연을 집에 앉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다. 과거 짤막한 하이라이트 영상을 일부 공개하는 데서 나아...
입력:2017-08-15 08:20:01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잡지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나요
Q. 온라인서점 예스24는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표지를 장식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아시아판(표지·5월 16일 출간)이 올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라고 발표했다. 4만7000부 판매였다. 출판계에서는 판매량에 놀라워하면서도 잡지를 베스트셀러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 됐다. 과연 잡지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를 수 있을까? A. 그룹 엑소가 표지로 나온 일본 잡지 ‘non-no’나 계간 ‘창작과비평’ 50주년 기념호가 매진됐다는 얘긴 들어봤어도 베스트셀러라는 소린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잡지는 통상 베스트셀...
입력:2017-06-18 08:40:01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영상·라이브 결합, 클래식 확장에 도움 될까
Q. 영화, 애니메이션 등 영상과 라이브 오케스트라 연주를 결합한 ‘필름 콘서트’가 최근 국내 공연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런 필름 콘서트가 초보자들을 클래식에 입문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걸까. A. 영화 ‘라라랜드’의 필름 콘서트인 ‘라라랜드 인 콘서트’는 지난 3월 티켓 예매가 시작된 후 논란에 휩싸였다. 작곡가 겸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를 필두로 오케스트라가 직접 내한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을 위한 오리지널 악보, 전문장비, 지휘자만 내한하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라라...
입력:2017-06-04 05:45:01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한국 바이올리니스트, 해외 오케스트라서 왜 잇따라 악장 될까?
Q. 최근 클래식계에 낭보가 잇따랐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과 이지윤이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악장으로 각각 임명된 것이다. 2010년대 들어 한국 바이올리니스트들이 해외 오케스트라의 핵심인 악장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A. 오케스트라에서 악장(concertmaster)은 지휘자의 가장 가까운 곳, 바로 왼쪽에 앉는 바이올리니스트다. 오케스트라의 심장으로 불리는 ‘제1 바이올린’의 리더로서 현악 파트는 물론 전체 단원을 대표한다. 콘서트가 시작되기 직전 단원들 가운데 가장 나중에 입장...
입력:2017-05-28 1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