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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땅콩 회항 겪으면서 노동자로서의 정체성 찾게 돼”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2014년의 ‘그 일’만 아니었다면 저자는 회사에서 인정받으면서,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한 일들은 외면하면서 살았을 거라고. 하지만 ‘그 일’을 겪은 덕분에 자신이 “회사의 부속품”이라는 사실을 자각했다고,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찾게 됐다고 말이다.

저자는 2014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대한항공 승무원 박창진(49·사진)씨다. 박씨는 최근 지난 4년여의 시간을 복기한 책 ‘플라이 백’(메디치)을 출간했다. ‘플라이 백(fly back)’은 회항(回航)을 뜻하는 항공 용어로, 여기엔 땅콩 회항을 다뤘다는 의미와 함께 삶의 행로가 이 사건을 통해 달라졌다는 뜻이 녹아 있다.

박씨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땅콩 회항을 겪으면서 사주 일가에 충성하는 애완견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씨는 사건 이후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됐다. 사주 일가의 전횡을 고발하는 데 앞장섰다. 박씨는 “재벌이 비전문적으로 회사를 경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불이익을 당해야 했다. 그런 것들이 쌓여 땅콩 회항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간담회에서 그는 책 말미에 실린 다음 구절을 낭독했다. “사람들은 다시 그날 그 순간 뉴욕공항의 비행기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냐고 묻는다. 나는 또 그럴 것이라 답한다. 한 인간이 힘의 우위를 내세워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강탈해선 안 된다는 신념이 생겼기 때문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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