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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연상남·연하녀 커플’이 어색한 시대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나영이 10살 위


‘눈이 부시게’ 한지민이 12살 위


요즘 로맨스 드라마의 트렌드를 꼽으라면, 연상녀·연하남 커플을 들 수 있다. 나이 든 남성이 어린 여성과 사랑을 키워나가던 기존 멜로 공식을 뒤집은 작품들이 잇달아 선을 보이는 중이다.

배우들의 실제 나이와 극 중 나이는 별개다. 하지만 개연성을 위해 극의 설정은 대개 현실과 보조를 맞춘다. 가령 지난달 종영한 ‘남자친구’(tvN)에서 차수현(송혜교)은 동화호텔의 대표이자 한 번 결혼을 했었던 인물로 설정됐고, 김진혁(박보검)은 그 호텔의 신입사원으로 표현됐다. 12살이라는 두 배우의 나이 차를 감안한 극본으로 볼 수 있다.

10살 차이의 이나영(39)과 이종석(29)이 주연으로 나선 ‘로맨스는 별책부록’(tvN)도 그 연장선에 있다. 출판사를 배경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냈다. 극은 이나영이 연기하는 인물 강단이를 상대역인 차은호(이종석)에 비해 5살 연상의 인물로 담아내면서 실제와 가상의 조화를 이뤄냈다. 강단이는 뛰어난 카피라이터였지만, 오랜 육아와 살림으로 ‘경단(경력단절)녀’가 됐다. 반면 차은호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출판계 최연소 편집장이자 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까지 맡은 잘 나가는 연하남이다.

11일 첫 전파를 탄 로맨스 코미디 ‘눈이 부시게’(JTBC)는 드라마 내 설정과 실제가 다른 경우다. 달콤한 로맨스 호흡을 선보일 주인공은 띠동갑 사이인 한지민(37)과 남주혁(25)이다. 극에서는 이준하(남주혁)가 25살 김혜자(한지민·김혜자 2인 1역)보다 한 살이 더 많은 연상으로 나온다.

이런 전복적 구도를 가진 드라마가 없었던 건 아니다. 김선아 현빈 주연의 ‘내 이름은 김삼순’(MBC·2005), 전지현 김수현의 ‘별에서 온 그대’(SBS·2013) 등 전통적 로맨스 공식을 깬 드라마들이 간간이 등장해 분위기를 환기했다.

최근엔 이에 더해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인기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JTBC·2018)가 있었고, 같은 제작진이 합심한 한지민 정해인 주연의 ‘봄밤’(MBC)도 오는 5월 방송을 앞두고 있다. 상반기 방송 예정인 ‘어비스’(tvN)에는 5살 차 박보영과 안효섭이 출연을 확정지었다.

이런 트렌드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 사회경제적 지위의 향상이 일차적 요인이다. 20살 가까운 차이가 나는 이선균(44)과 이지은(26)을 주인공으로 세웠던 ‘나의 아저씨’(tvN·2018)가 작품성과는 별개로 시대에 뒤처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던 건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였다.

전통적 스토리를 비틀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여성의 서사를 풍부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캐릭터에는 작가들의 경험과 추구하는 인물상이 함께 담긴다. 여성 작가가 많아졌기 때문에 여성들이 겪는 살림·육아의 어려움이나 경력단절의 고충 등이 섬세하게 담길 여지가 더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젠더 고정관념은 여전하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백마 탄 왕자에 ‘어리다’는 수식어가 추가된 기계적 전복일 뿐이라는 것이다. 김교석 TV칼럼니스트는 “남자는 박력 있거나 능력적인 부분이 짙게 묘사되고, 여성의 경우 외모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경향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젊고 멋있는 남성을 향한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것인데, 기존 남녀관에 얽매인 판타지 생성 방식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대 주연급 여배우 기근 현상도 이런 드라마가 등장하는 배경일 수 있다고 덧댔다. 공 평론가는 “기존 배우들을 대체할 20대 여배우의 숫자가 적은 편이다. 드라마가 연간 100편이 넘게 쏟아져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안정적으로 눈에 익은 30대 배우를 캐스팅하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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