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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 ‘Sorry’… 바람 앞에 등불

마우리치오 사리 첼시 감독이 1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FA컵 16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위 사진 아래 오른쪽 두 번째) 감독을 비롯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치진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아래 사진은 첼시의 조르지뉴(왼쪽)를 비롯한 선수들이 선제골을 허용한 후 허탈해하는 모습. AP뉴시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홈구장 스탬퍼드 브리지에 ‘당신은 아침에 해고될 거야’가 울려 퍼졌다. 원정 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팬들이 후반 승리를 확신하며 상대 감독을 조롱하기 위해 부른 노래를 홈 팬들도 따라 불렀다. 홈 팬들은 마우리치오 사리 첼시 감독의 전술인 ‘사리 볼’을 욕하는 구호도 합창했다.

첼시가 1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홈에서 열린 2018-2019 FA컵 16강에서 맨유에 0대 2로 패하면서 사리 감독이 경질 위기에 내몰렸다. 사리 감독은 지난 15일 말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2강 원정에서 2대 1로 승리하며 겨우 한숨을 돌렸으나 이날 패배로 다시 살얼음판 위에 놓이게 됐다.

이날 첼시 팬들은 리그 우승 꿈이 멀어진 상황에서 FA컵 타이틀마저 물 건너가자 분노를 참지 못했다. 팬들은 사리 감독에 대한 비판 구호를 외친 후 프랭크 램파드를 지지하는 노래도 불렀다. 램파드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첼시에서 활약한 첼시의 전설 중 한 명으로 지난해부터 더비 카운티 감독을 맡고 있다. 사리 감독이 물러날 경우 첼시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 중 한 명이다. 첼시 스트라이커였던 크리스 서튼은 경기 후 BBC 라디오에 “오늘 경기가 사리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사리는 높아지는 사퇴 압박으로 코너에 몰렸지만 올 시즌 초반만 해도 첼시 중흥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 받았다. 첼시는 2016-2017시즌 우승 이후 지난 시즌엔 리그 5위로 추락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도 확보하지 못했다. 올 시즌부터 팀을 맡은 사리는 리그 12경기 연속 무패를 포함해 19경기 무패 행진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전임 안토니오 콘테가 수비에 비중을 두면서 역습에 치중한 것과 달리 사리는 강한 압박과 짧은 패스에 이은 점유율 높은 축구를 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5일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1대 3으로 패하면서 무패 행진이 끊어졌고, 12월 6일에는 울버햄튼에 1대 2로 일격을 당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올해 치른 12경기에선 6승 1무 5패로 시즌 초반의 기세가 자취를 감췄다. 특히 지난달 31일 본머스에 0대 4, 지난 11일에는 맨체스터 시티에 0대 6으로 대패하며 팬들의 분노를 키웠다. 사리의 전술이 어느 정도 읽힌 데다 리그, FA컵, 리그컵, 유로파리그를 병행하면서도 로테이션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리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첼시는 2003년 7월 아브라모비치가 인수한 이후 사리까지 14번이나 감독을 교체했다. 조제 무리뉴, 거스 히딩크 감독이 그 사이 두 번씩 팀을 맡아 실제 교체 감독은 12명이다.

이날 경기에서 사리만큼이나 승리가 절실했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은 반대로 승리를 따내 희비가 엇갈렸다. 솔샤르 감독은 지난해 12월 팀을 맡은 이후 11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왔으나 지난 13일 홈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파리 생제르맹과의 16강 1차전에서 0대 2로 완패했다. 정식 감독 취임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당한 패배라 충격이 컸으나 이날 원정 완승으로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오는 24일 리버풀과의 리그 경기가 정식 감독 취임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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