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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응답’은 없었다… 나의 공로인가 주님 은혜인가

배세영 작가가 28일 수원 광교신도시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차기 작품의 시나리오를 다듬고 있다. 수원=송지수 인턴기자


배세영 작가가 지난달 17일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감사인사를 전하는 모습. 새에덴교회 제공


‘지금까지 이런 신문은 없었다!’로 시작하는 배 작가의 감사글.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역대 개봉작 가운데 매출액 1위를 기록한 영화 ‘극한직업’의 흥행에 고상기 마약반장(류승룡 분)의 대사 패러디가 줄을 잇는다. 연예인들은 ‘극한직업’을 패러디해 인기코너로 만들고 여야 정치인들도 패러디를 통해 서로를 비판한다.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 유행어는 배세영(44·새에덴교회 집사) 작가가 만들었다. 28일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의 작업실에서 배 작가를 만났다.

“동료 작가와 수원에서 일하는 중이었습니다. 수원이 통닭 골목, 왕갈비로 유명하잖아요. 대사를 쓸 당시엔 어떤 배우가 맡게 될지 몰랐습니다. 류승룡 배우가 잘 소화한 것 같습니다. 능글능글하면서도 맛깔나게 연기해 주셨어요.”

시사회를 포함 7번이나 영화를 봤다는 배 작가는 ‘수원왕갈비 통닭’의 탄생비화를 이같이 밝혔다. ‘극한직업’은 마약반 형사 5명이 범죄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위장창업한 치킨집 ‘수원왕갈비 통닭’이 뜻하지 않게 맛집으로 유명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자연스레 수원왕갈비와 통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수원시로부터 감사패도 받았다.

“원작의 각색이 필요해 제가 투입됐고 완성된 시나리오로 이병헌 감독님이 촬영한 겁니다. 이렇게 반응이 좋을지 몰랐어요. 제가 시나리오를 각색했던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에서도 속초음식이 나오는데 영화개봉 후 속초 시장님이 초대해 주셨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지역을 소재로 할지 고민입니다.”

그는 “사실 ‘극한직업’의 속편을 염두에 두고 썼다. 만들어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해 속편에 대해 기대감을 높였다.

배 작가는 2007년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를 시작으로 주로 코미디 및 드라마 장르의 각본 및 각색을 해왔다. tvN ‘SNL코리아’ 정치풍자 코너로 인기를 끈 ‘여의도 텔레토비’의 작가로도 활약했다. 중도하차했지만 국민들의 뜨거운 호응 때문에 행복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코미디에 능한 작가답게 인터뷰에서도 유머 있는 말을 ‘툭툭’ 던졌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담임교사의 관심을 받기 위해 거짓말 일기를 썼다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때 숙제로 일기를 쓰잖아요. 선생님의 눈길을 끌려면 좀 더 센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빠와 엄마가 싸웠다, 엄마가 집을 나갔다고 일기에 썼죠. 걱정되신 선생님이 참다못해 아빠를 학교로 불렀는데 결국 들통이 나 아빠에게 엄청 혼이 난 기억이 나요.”

하지만 당시 담임교사는 그런 그에게서 작가의 소질을 발견했다. 작가가 될 것을 권했고 4학년 때 문예반에 들도록 이끌었다. 중학교 때 일화도 들려줬다.

“친구 연애편지나 반성문을 대신 써주었습니다. 특히 연애소설을 많이 읽다 보니 저도 쓸 수 있겠더라고요. 하루는 소설을 써서 친구들에게 보여줬는데 돌려볼 정도로 인기가 많았어요. 100원씩 받았는데 그게 선생님께 걸려 소설 노트를 압수당했지요. 그런데 선생님이 저를 불러 ‘이 소설 다음에 어떻게 되냐’고 물으시더라고요(호호호).”

배 작가는 “만약 선생님들이 그때 꾸중만 하셨다면 어땠을까.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지금까지 작가 생활을 꾸준하게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최근 각색한 ‘해치지 않아’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스텔라’ 등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또 가수 이문세의 히트곡으로 만든 뮤지컬 ‘깊은 밤을 날아서’ 공연을 앞두고 있다.

“뮤지컬 내용을 잠깐 소개할게요. 암에 걸린 여인이 병원에서 시한부 3개월 선고를 받아요. 그런데 첫사랑을 만나고 싶다고 남편에게 선언합니다. 남편이 얼마나 놀랐겠어요. 하지만 남편은 아픈 부인을 데리고 첫사랑을 찾아다니죠. 색다른 줄거리죠?”

그는 점점 더 바빠지고 있다. 하반기엔 JTBC 새 드라마를 집필하기로 했다.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쓰고 싶어요. ‘배세영이 쓰면 재밌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신뢰받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인터뷰는 그의 고민을 엿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원고 마감에 쫓기고 아이 양육 때문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스트레스가 심했고 공황장애를 앓았다. 장염으로 병원 신세까지 졌다. 하지만 고난이 이어질수록 하나님을 향한 믿음은 더욱 단단해졌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 불안감이 있을 때마다 기도했어요. 교회 목사님과 성도님들의 격려도 큰 도움이 됐고요. 이제 거짓말처럼 다 풀렸어요. 지금은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지요.”

그는 신실한 크리스천이다. 유치원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꿈속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체험도 했다. 성경공부를 열심히 했고, 학생부 부회장도 지냈다. 고3 자율학습이 끝나면 교회에 들러기도하고 귀가할 정도였다. 찬송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즐겨 부른다. 이 찬송 3절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라는 가사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신앙인으로서 목표가 무엇인지 묻자 “성경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 교회에 도움이 되는 전도영화”라고 답했다.

“영화 ‘극한직업’에 고 반장의 아내(김지영 분)가 남편 팬티에 부적을 넣어둔 것을 알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기독교 신자인 여성이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는 남편의 안전을 기원하며 넣은 것이지요. 기독교인들의 신앙생활을 풍자한 것이기도 합니다.”

배 작가는 아침에 눈을 뜨면 하나님께 “초심을 잃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세상의 빛과 소금의 삶을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한 손에는 노트북, 다른 한 손에는 십자가를 들고 선한 일을 하는 게 저의 비전입니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솟는다.

수원=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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