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예배 365-5월 13일] 처벌의 구덩이, 신뢰의 옷



찬송 : ‘신자 되기 원합니다’ 463장(통 518)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창세기 40장 1~4절


말씀 : 요셉은 죄수들을 가두는 감옥에 갇혔습니다. 노예가 주인의 아내를 겁탈하려 했다는 죄목이 붙었지만, 사형 선고를 받지 않고 감옥에만 갇히게 된 것은 특별한 목적과 의도를 갖고 계신 하나님의 세밀한 섭리였다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요셉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것은 억울하고 답답한 일이었지만 하나님은 ‘감옥에서 요셉의 삶’도 붙들고 계셨습니다.

어느 날 요셉이 돌보고 살피던 바로 그 감옥에 왕의 ‘술 맡은 관원장’과 ‘떡 굽는 관원장’이 죄인으로 들어옵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지만 ‘이집트 왕에게 범죄’하여 갇히게 된 것입니다. 왕의 식음료를 담당하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는가 하겠지만 당시는 독살이 횡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왕의 생사를 좌우하며 비서관 역할도 하는 그 자리엔 왕이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사람만 세웠을 것입니다.

고대 이집트 역사 문헌에서도 이 직책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이들은 매 순간 왕의 면전에서 살아가며 권력의 핵심에 있었습니다. 감옥 간수장들도 두 관원장들을 돌보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록 죄수지만 그들이 언제 다시 권력의 자리에 서게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왕의 친위대장은 요셉을 시켜 그들을 ‘섬기게’ 합니다. 요셉은 이렇게 감옥이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들었고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웁니다. 왕궁 ‘밖의’ 사람이던 요셉은 그렇게 왕궁 ‘안의’ 생활과 분위기를 익히게 됐습니다.

만약 이때의 친위대장이 보디발이라고 생각해봅시다. 그는 자기 손으로 요셉을 감옥이라는 구덩이에 던져 넣었습니다. 간수장이 요셉에게 죄수를 돌보는 재량권을 맡길 때, 보디발이 딴죽을 걸었다면 허락되지 않았을 일입니다. 그런데 보디발은 이를 허락해줬습니다. 지나온 10여년 생활을 통해 요셉의 됨됨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디발은 요셉을 향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지 않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보디발이 요셉을 감옥에 던져 넣은 것은 징벌을 위한 게 아니라, 오히려 자기 아내로부터 요셉을 격리해 보호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원하는 대로의 처우를 받아야만 은혜를 입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서운하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냉대를 받더라도 변치 않는 신실함으로 살아가면 하나님은 반드시 우리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다시 세워주실 것입니다. 혹 넘어진 자리에서는 다시 살아가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길로 우리를 인도하실 것입니다.

기도 : 하나님, 억울한 상황에서 나를 알아줄 만한 사람에게 외면을 당하더라도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사람을 미워하지 않게 하옵소서. 억울함마저도 사용하셔서 하나님의 때에 갚아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정명호 목사(서울 혜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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