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유동부 (10) “영혼이라도 팔아 월세·전기세·인건비 해결된다면…”

유동부 대표가 2014년 다시 일어서기 위한 사업을 구상했던 한 교회 지인이 운영하는 춘천교대 내 카페 전경.


예수님의 부활 사건을 명확히 가슴에 새기며 신앙은 한층 더 성숙해졌지만, 여전히 실제 삶은 녹록지 않았다.

2008년 6월 즈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서 조그맣게 조각 케이크 제조업을 시작했다. 6번째 도전이었다. 당시 아내는 꽁꽁 언 케이크를 무리하게 자르느라 손목에 무리가 많이 갔고 그로 인해 지금도 무거운 물건을 들 때면 손목이 아플 만큼 고생을 하고 있다.

6번이 넘는 사업 실패의 과정을 겪으며 지긋지긋하게 월세, 인건비, 관리비 걱정에 시달렸다.

한번은 건물 지하에서 빵이 가득 든 상자를 메고 1층에 있는 화물차에 싣는데, 어디선가 바람 한 점이 불어와 내 어깨에 부딪혔다. 그땐 그 바람의 무게가 마치 큰 산이 와서 날 짓누르는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월세, 전기세, 인건비만 깨끗이 해결할 수 있다면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렇게 하고 싶다.’

당시 오죽 힘들었으면 가게 구석에 쳐진 거미줄을 떼어 낼 힘조차 없었다.

케이크를 대기업에 납품하며 사업은 조금 커졌으나, 연말이면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 등을 당하며 그해 번 수익을 다시 다 빼앗기기 일쑤였다.

사업의 다각화를 모색하며 수익을 확장하고자 케이크 제조업과 동시에 경기도 용인시에 베이커리 카페를 열기 시작했다. 지금에 와서야 배운 사실이지만, 서비스업을 하려면 사업 특성에 맞게 다시 인력도 구성하고 전략도 다르게 써야 하는데 제조업을 하던 인원을 빼 어설프게 시작하니 곳곳에서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 카페 1곳에서만 몇 천만원씩 적자가 났고 제조업으로 번 돈은 모두 그 적자를 메우기에 급급했다. 역할 구분도 제대로 안 돼 나중엔 내가 사장인지 배달기사인지 구분도 안 될 정도였다.

난 지금까지 사업의 실패 원인은 ‘근거 없는 확신’ 때문이라고 본다. 성공에 대한 확신에는 근거가 있어야 했는데 나에게 근거는 자신감, 환상, 기대, 필요, 절박함 등이 기형적으로 합쳐진, 그야말로 ‘근거 없는 근거’였다. 무작정 뛰어 들고 보는 용감함과 노력이 결국, 더 큰 실패를 불러왔다.

부활 신앙을 장착하기 전까지 ‘종교’ 생활은 나름으로 열심히 한다고는 했지만, 실제 선택했던 것을 돌아보면 목적도 방향도 없이 암세포처럼 닥치는 대로 그저 열심히만 살았던 것 같다.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한 인도하심을 구하기보다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이란 생각으로 내 방식대로 만든 하나님을 멋대로 끌어들이면서 살았던 거다.

하나님은 1999년 그런 날 다시 춘천한마음교회로 이끄시면서 변화시켜 나가셨다. 교회 식구들과 교제를 나누며 조금씩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

어린 나이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던 탓에 나라는 사람의 인격에는 ‘상대방’이 없었다. 오로지 날 중심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몰상식이 가득 찼던 사람이란 걸 알기까지 20년의 세월이 걸렸다. 왜 내 주변에는 사람이 없는지, 왜 나는 아내와 자식들과 원수처럼 지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내게 하나님께서는 3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 복음으로 변해가는 공동체 지체들의 모습을 거울삼아 보게 하셨다. 그들로 하여금 나를 돌아볼 기회를 계속 주셨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공동체 덕분에 초등학교를 거처 중학생 때쯤 형성돼야 할 사회성을 이제야 비로소 어느 정도 갖췄다고 할까.

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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