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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동네 이비인후과의 이유 있는 항변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집에서 가까운 이비인후과다. 지금 문제 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주된 감염경로도 코와 입, 목구멍 등 기도의 위쪽 부위여서 감염 초기에는 목 통증, 몸살, 근육통 같은 상기도 증상이 우선 나타난다. 따라서 앞으로 동네 병의원이 코로나 검사와 진단, 치료에 본격 참여하게 되면 1차적으로 상기도 진료를 보는 동네 이비인후과를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코로나 1차 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상반기 상기도 감염 진료건수는 이비인후과가 384만건으로 가장 많았다. 내과(199만건) 소아청소년과(146만건)를 월등히 앞선다. 이처럼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지난 2년여간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코로나와의 전쟁 최일선에 서 왔다.

더구나 국내에서도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오미크론 변이는 상기도 감염 증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폐를 포함한 하기도까지 침투하는 델타 변이에 비해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이 낮은 반면 전파력은 델타 변이의 2~3배 수준으로 강하다. 오미크론이 주도하는 5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정부는 기존 국가 주도의 코로나 방역대응을 동네 병의원 중심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1차 의료기관이 코로나 검사부터 치료까지 맡게 되면 상기도 진료에 전문성을 갖는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겠다. 정부도 이비인후과를 중심으로 내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개원의들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종합병원 이상인 2·3차 의료기관에 개설된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는 중증환자 치료를 담당하고 이비인후과 같은 민초 의료가 오미크론 차단의 1차 방어막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잘만 되면 이런 역할 분담 체제가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당장 오미크론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준비 미흡으로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오미크론 파고를 넘는 데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동네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앓는 소리가 유독 크다. 지난 2년간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고사 직전에 몰렸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이비인후과 의사의 1인당 매출은 37.5%나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25개 개원 진료과 중 유일하게 매출이 줄었다. 2020년 이비인후과의원 폐업률은 전년보다 50%나 증가했다. 한 이비인후과 의사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코로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의료계 자영업자들’인 셈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전국 이비인후과의원 2750곳 중 75%가 코로나 환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방역 조치를 당했다고 한다. 이비인후과 진료의 특성상 비강이나 구강의 확인은 필수 불가결한 진료 행위인데, 의사가 마스크를 착용했더라도 진료 중 환자가 마스크를 벗었다는 이유로 줄줄이 자가격리를 당하고 이후에는 확진자 방문 병원 낙인이 찍혀서 격리기간이 끝나도 환자 방문이 끊겨 경영상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이나 호흡기전담클리닉 지정에 동참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항변한다.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상기도 감염 진료수가 신설을 비롯해 위험 노출에 대한 지원과 보상 등 경영위기 타개를 위한 긴급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오미크론 위기를 잘 넘기려면 지금까지처럼 의료계 협조는 필수이고 특히 동네 병의원의 참여를 대폭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코로나와 최전선 전투병들에게 충분한 실탄과 보급품을 제공하는 등 싸울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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