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황성주 (7) “청와대로 보내주세요”… 간절한 기도 응답 주신 주님

강원도 원주 1군 사령부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할 때 황성주(앞줄 왼쪽 두 번째) 회장의 기도 제목은 청와대로 가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제가 가진 전공을 가장 잘 활용하여 조국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공헌하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저를 청와대로 보내주십시오.”

의대 교수를 2년 하고 군의관으로 입대해 강원도 원주 1군 사령부에 근무를 했다. 의대 교수 시절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개척한 교회를 섬겨야 하는 상황도 업무의 특성이 나에게 맞지 않았다. 그래서 2년 차에 반드시 서울로 발령을 받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데 정원이 없었다. 그런데 가끔 청와대에서 필요한 사람을 차출해간다는 사례를 언뜻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청와대로 보내 달라고 담대한 기도를 시작했다. 석 달째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출근을 해보니 두툼한 서류 봉투가 하나 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발신은 ‘서울 지구병원’이었다. 바로 대통령 전용병원이었다. 이곳에 예방의학과가 신설되는데 초대 과장으로 군에서 예방의학 전문의와 의학 박사 학위를 가진 3명이 추천된 것이었다.

마치 엘리야의 기도를 연상하게 되었다. 3년 6개월 동안 비가 오지 않는 절박한 상태에서 기도했더니 아주 작은 구름이 일어났더라는 성경 본문이 생각나면서 이 서류 봉투야말로 손바닥만한 구름과 같은 하나님의 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류 제출 6개월 만에 나는 서울 지구병원 초대 예방의학과장으로 부임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임기를 마치고 후배 한 명이 내 자리를 이어받게 되었는데 그 친구를 끝으로 예방의학과는 폐지되고 그 자리는 없어졌다. 나는 그 사실을 전해 듣고 ‘없는 자리까지 만드시고 다시 폐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다시금 절감했다.

나중에 알고 나니 그 기도 응답은 나에게만 임한 것이 아니었다. 나의 인사이동에는 또 다른 간절한 기도의 배경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것은 서울 지구병원의 진료부장으로 있던 군의관이 군에 와서 변화됐는데 병원 내에 사병들을 위한 교회를 설립하고 아침마다 의사들과 경건의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수요일 점심때는 병원장을 비롯한 병원 직원과 보안사 핵심 요원들이 같이 참여하는 성경 공부를 인도하고 있었다. 그분이 나중에 의사로서는 최초로 중장 계급장(의무사령관)을 달았던 김록권 중령이다. 그러던 시점에 김 중령이 다른 야전병원의 병원장으로 승진 발령이 났다. 그래서 자신을 대신할 영적 리더가 후임으로 오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방배동 교회와 지구병원 교회를 동시에 섬기는 축복을 받았다.

나는 이 사건으로 하나님의 거대한 섭리의 네트워크와 기도의 연결성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 주님은 우리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신다. 그러나 기도는 생애를 건 비전이요 인생관이다. 하나님을 향해 나를 내던지는 것이다. 기도는 동사가 아니고 명사다. 기도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태도다. 하나님을 향해 나의 중심을 드리는 자기 계시다. 주님께 집중하는 것이고 주님의 눈을 응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제한 없이 기도하게 되고 ‘네 입을 크게 열라 내가 채우리라’(시 81:10)는 말씀의 의미가 명확해진다.

정리=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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