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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사막 한가운데서도 웹서핑… 우주 인터넷 시대



게티이미지




스타링크는 북미 전역과 유럽전역, 호주일부지역과 뉴질랜드 전역에 서비스되고 있다. 스타링크 홈페이지


원웹 연구진이 발사 전 통신용 위성을 점검하고 있다. 원웹 홈페이지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을 쓰려면 어딘가에 AP(액세스 포인트), 즉 공유기를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와이파이는 사용범위가 짧다. 시골이나 먼 해외에서, 주위에 아무 시설물이 없는 곳에서 와이파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데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는 기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높은 하늘에 AP를 띄워 둔다면 누구나, 어디를 가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상대로 된다면 중동의 사막에서도,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인터넷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서비스를 현실로 만드는 기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 현재 유일한 방법은 인공위성을 사용하는 것이다.

인공위성으로 어떻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걸까. 케이블을 연결할 수는 없는 일이니 지상에서 강력한 전파로 인공위성 몇 개에 인터넷 신호를 보낸다. 그럼 자기들끼리 거미줄(Web)처럼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인터넷망을 만든다. 그다음 제각각 지상을 향해 인터넷 신호를 발사한다. 이렇게 하면 그 아래 있는 사람들이 무선신호를 받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속도는 아무래도 가정이나 사무실에 직접 AP를 설치한 것만 못하겠지만 사용에 무리 없는 서비스는 가능하다.

과거엔 무인 비행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검토됐다. 드론의 일종으로 흔히 고고도 무인기라고 부르는데 민간 항공기 운항 고도인 8~15㎞보다 훨씬 높은 20㎞ 고도의 하늘을 날아다닌다. ‘성층권 무인기’로 부르기도 한다. 지상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비행기에서 인터넷 신호를 보내므로 별도의 장비 없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컴퓨터 등으로 즉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 프로젝트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 기술적 한계 때문에 구글은 2017년 1월, 페이스북은 2018년 6월 개발을 포기했다. 생각만큼 장시간 체공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계속 날아다니려면 태양 빛으로 전기를 충전해야 하는데 배터리 크기 때문에 비행기가 너무 무거워졌다. 그렇다고 작은 배터리를 넣으면 밤사이에 전기를 모두 소모해 추락한다. 더구나 통신장비도 전기를 잡아먹는다. 효율이 뛰어난 차세대 배터리와 첨단 구조의 비행기를 개발하면 미래엔 가능성이 있겠지만 당장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기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인공위성을 이용한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인공위성은 일단 궤도에 올려 두기만 하면 스스로 지구 주위를 돌기 때문에 태양광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를 오롯이 통신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실제 서비스를 시작한 곳도 있다. 우주 공간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격이라 ‘우주인터넷’으로 부르기도 한다. 별도의 수신용 안테나를 구매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지만 비싸도 수십만원을 넘지는 않아 실용화가 어려울 정도는 아니다. 실제로 시장성도 높다. 모건스탠리는 우주인터넷 시장 규모가 향후 20년 안에 최대 5820억 달러(약 6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대표적 인공위성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스타링크’다.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서비스를 제공키로 해 화제가 됐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대표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운영하고 있다. 2027년까지 지구 저궤도(300~1000㎞)및 초저궤도(300㎞ 이하)에 소형 통신위성 1만2000기 이상을 띄워 전 세계에 1Gbps급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3만개의 위성을 추가 발사해 최종적으로 4만2000개까지 위성 숫자를 늘릴 계획이다. 이는 현재까지 인류가 발사한 모든 위성의 총합보다 5배 이상 많다. 이렇게 많은 위성을 쏘아 올리면 우주 쓰레기가 너무도 많아져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스페이스X는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2000개 이상을 쏘아 올려 일부 지역에서는 기본적인 서비스가 가능한데 호주 뉴질랜드 등과 미국 영국 등 일부 지역을 포함해 11개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월 이용요금은 110달러(약 13만원)다.

스타링크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큰 접시만한 전용 수신 안테나를 별도로 구매하면 되고, 속도는 빠를 때 평균 150Mbps 정도 나온다. 이 정도면 가정용 저가 인터넷 서비스의 속도를 따라잡은 셈이다. 가격이 5배 이상 비싸지만 2배 이상의 속도를 내며 세계 어디서나 무제한 사용이 가능한 프리미엄 서비스 역시 시작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에 뒤질세라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는 건 영국 통신회사 ‘원웹’이다. 출발은 원웹이 스페이스X보다 한발 더 빨랐다. 스페이스X가 2019년 5월 60개의 위성을 처음으로 발사한 반면 원웹은 2019년 2월 처음으로 위성을 쏘아 올렸다. 스페이스X가 지구 저궤도에 소형 인공위성을 수천, 수만개 쏘아 올리고 있는 것과 달리 원웹은 지구 중궤도(1200㎞ 인근)에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다. 이렇게 하면 스타링크처럼 대량의 인공위성이 필요하지 않다. 높은 곳에 있을수록 넓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통신속도 면에서는 불리해질 수 있다. 올해까지 위성 648기를 쏘아 올려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우주인터넷 사업에 뛰어든 회사가 또 있다. 미국의 ‘아마존’인데 우주인터넷용 인공위성 3236기를 이용해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이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26년까지 1500개 이상 위성을 쏘아 올려 1차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운영 고도는 589~629㎞로 저궤도에 속한다. 여기에 중국 정부도 우주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 저궤도 인공위성 1만3000개를 투입해 ‘궈왕’이란 이름의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고도 508~600㎞(6080개)와 1145㎞(6912개)를 도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위성의 숫자나 운영방식이 스타링크 서비스와 비슷해 ‘중국판 스타링크’로 불리기도 한다. 우주인터넷 서비스 선점을 놓고 미국과 영국 중국 등 세계 기업이 각축을 벌이는 모양새다.

모든 서비스가 다 시작된다면 미국 영국 중국을 합쳐 10만 대에 가까운 위성이 우주로 올라가게 된다. 이 미증유의 경쟁이 다시없는 편리한 인터넷 세상을 만들어 낼지, 아니면 지구의 하늘을 우주 쓰레기로 뒤덮을 재앙을 낳을지는 모두가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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