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황성주 (11) 새로운 패러다임 암 치료법 발견… 사랑의병원 설립

황성주 회장(왼쪽 네번째)이 2019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자택에서 현재 의대교수와 병·의원 원장으로 일하는 한림의대 아가페 제자들과 함께 식사기도 후 의료선교사로서 손가락 하트로 예수님의 사랑 실천을 다짐하고 있다.


당시 서울의대에서는 지방에서 개척하는 의과대학에 교수요원을 공급하고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나는 바로 신청을 했다. 그래서 엄청난 지원을 받고 춘천에 있는 한림의대 교수요원이 됐다. 부임하자마자 한림대 아가페를 설립해 학생들을 전도했다. 날마다 캠퍼스에서 성경을 공부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선교농장 등에서 수양회를 했던 것이 생각난다. 강원도 삼척 하장으로, 전남 보길도로, 강원도 홍천 명개리로 무의촌 진료를 다니며 제자들과 일체가 되었던 아름다운 추억을 잊을 수 없다.

1992년 여름 설악산 진부령의 알프스 리조트에서 개최된 한 수양회에서 스위스에 희한한 항암제가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부작용이 없고 독일과 스위스에서 상당한 임상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얘기였다. 스위스 바젤 부근의 소도시 알레스 하임에 있는 루카스 병원은 ‘희한한 항암제’ 미슬토 요법의 원조라 할 만큼 그 요법을 최초로 시행한 병원이다. 폴스하임 근교의 외셀브론 병원도 인상적이었는데 환자들에게 제공된 정교한 치유 환경은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냈다.

나의 충격은 프리덴바일러 병원에서 말기 암 환자들을 만나면서 절정에 달했다. 프리덴바일러는 독일 남부 슈발츠발트에 있는 ‘평화의 마을’이라는 뜻의 휴양지다. 이 암 센터는 독일 전역뿐 아니라 유럽 각국에서 온 환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환자들은 자신이 최선의 치료를 받고 있다고 자부했고 날마다 최상의 삶을 누리는 희망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이것은 죽어 간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암 환자들의 상황과 너무나 대조를 이루었다. 우리 환자들은 암의 세력에 압도되어 ‘죽어가는’ 반면 그들은 암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암 치료법을 발견하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결국 의대 교수를 그만두고 사랑의병원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한국 최초로 암 환우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완치율을 높이며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인치유적인 면역치료의 신기원을 열게 된 것이다.

나는 대학 시절부터 마르틴 부버라는 철학자를 좋아했다. 그는 ‘나와 너’라는 책에서 이 세상의 모든 만남을 ‘나와 너’라는 인격적인 관계와 ‘나와 그것’이라는, 만남을 수단화하는 비인격적인 관계로 분류했다. 대부분의 만남이 ‘나와 너’의 아름다운 관계로 시작했다가 ‘나와 그것’의 비극적인 관계로 전락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것은 상대방을 귀히 여기지 않기에 발생하는 ‘사랑 부재 현상’이고 여기에 대한 치유는 성경으로 돌아가는 길밖에 없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고귀한 존재’라는 가르침으로 회귀하지 않는 한 ‘나와 너’로의 가치이동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랑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가 시작되었다. 특히 중세 학자 성 크로스 요한이 제시한 ‘사랑의 단계’에 매료됐다. CS 루이스와 에릭 프롬의 저서도 큰 울림이 있었다. 성경에 기초해 ‘하나님은 사랑이시라’(요일 4:16)를 선포한 사랑의병원이 사랑의봉사단에 이어 설립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리=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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