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황성주 (12) “하나님과 사람 앞에 부끄러움 없는 제품 만들겠습니다”

황성주 회장이 2017년 킹덤 비즈니스를 지향하는 이롬 직원들과 12번째 의료봉사 지역인 아프리카 우간다로 떠나기 전 인천공항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랑의병원은 독일에서의 체험을 토대로 암환우들을 섬기는 비전에서 출발했는데 나는 이것을 ‘꿈의 재료’라고 불렀다. 암의 원인 중 70% 정도가 먹는 것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식이요법’은 정말 절박한 것이다. 암 환자의 고통을 생각해 식이요법을 연구하고 그 문제를 간과하지 않았기에 생식을 개발하며 ‘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세계에 진입할 수 있었다.

생식은 내가 최초 개발자가 아니다. 다만 의학자로서 생식을 과학화하고 보편화하는 일에 앞장섰기에 생식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1997년 회사 설립 첫해에 1억, 이듬해에 24억, 그다음 해에 무려 100억의 매출이 일어났다. 그 후로도 계속 수백 억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했으니 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은 두유의 매출액이 생식을 넘어섰고, 수십 가지 자연건강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것은 암 환우들을 귀히 여겼기에, 그들의 불편을 이해하고 배려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 긍휼히 여기는 마음,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야말로 비즈니스 영역에서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 이롬 춘천 공장에 가면 ‘하나님과 사람 앞에 부끄러움이 없는 제품을 만들겠습니다’라는 표어가 있다. 그래서 이롬 곁에는 ‘세상을 이롭게 인간을 이롭게’라는 철학에 기초해 ‘이웃사랑 과학’이라는 구호가 항상 따라 다닌다.

사실 비즈니스의 묘미는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데 있다. 사랑의봉사단으로 에티오피아에 갔을 때 일이다. 인력시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사람, 그 중에는 최근 단 하루도 일하지 못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생기를 잃은 그들을 보면서 나는 마음이 아팠다.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빵이 아니라 ‘직업(job)이었다. 그때 ‘이롬’을 시작하며 내 안에 또 하나의 꿈이 생겼다. 이 비즈니스를 세계화해서 모든 선교지에 복음과 함께 직업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한 18세기 모라비안 공동체를 생각하면서 경제공동체인 이롬 가족을 선교공동체로 전환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래서 직원들을 이로미안이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전 세계를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제2의 모라비안이 되도록 기도하고 있다.

풀러신학교 총장이었던 리처드 마우는 사역의 본질을 ‘절대가치를 현시대의 고차원 문화 속에 집어넣는 전략’이라고 했다. 킹덤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이롬은 주님의 다스림에 순종하는 회사다. 킹덤 비즈니스를 세계화하면 그것이 바로 강력한 비즈니스선교(BAM)가 되는 것이다. 의대 교수로서 사랑의봉사단 사역을 할 때는 많은 분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런데 사랑의병원을 하면서는 칭찬이 사라졌고 비즈니스에 진출하면서부터는 오히려 핀잔을 받기도 했다. ‘사역자가 지녀야 할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믿음으로 승리하리라는 각오로 소처럼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뚜벅뚜벅 사명의 길을 걷고 있다.

정리=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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