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황성주 (13) ‘자궁암 없음’ 통보받은 한 남성, 사기로 검찰 고발

2021년 4월 강원도 횡성 클럽캐슬에서 열린 사랑의 치유학교에서 암 환우들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개원 당시 시작된 병원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적자 해소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나는 그만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분의 권유로 혈액 검진 사업을 시작했다. 검진팀이 각 직장을 방문해 직원들의 혈액을 채취해 수십 가지 항목을 체크하고 종합적으로 건강을 진단하는 것이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사업이 번창했다. 그런데 어느 날 검진팀이 내려가 있던 제주도에서 급한 연락이 왔다. 제주도에서 혈액을 채취했는데 의료법 위반 혐의로 팀장이 구속되고 나머지는 모두 입건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랬다. 제주도에서 검진한 고객들에게 결과가 통보되었는데, 한 남성에게 ‘검사 결과 자궁암 없음’이라는 통지가 날아간 것이다. 그것은 컴퓨터 작업 오류로 잘못 결과가 통보되었다. 그러나 검진 결과를 통보받은 당사자는 이를 사기로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다. 결국, 사무착오임이 판명되었으나 당시 검찰은 ‘의료보건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적용해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의 모든 의료 행위가 불법임을 지적했다. 당시 관행으로 행해지던 것을 범죄로 규정한 것이다. 제주도의 한 신문은 사회면 톱으로 ‘서울에 있는 사랑의클리닉이라는 사이비 의료기관에서 혈액 검진을 미끼로 돈을 받고 제주도까지 와서 사기 행각을 했다’고 보도했다.

내가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혈액 검진팀장이 구속되었는데 병원의 원장이 구속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더 큰 문제는 지상파 TV 9시 뉴스에 보도되리라는 정보였다. 구속되는 것보다 믿음으로 시작한 사랑의 클리닉이 불법에 연루되어 세간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이 더 괴로웠다. 전국적인 뉴스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기가 막혔다. 나는 “오, 주님”이라 부르짖으며 탄식했다.

이 사건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라는 것이다. 마치 하나님께서 “내가 너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안 된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먼저 ‘깨끗한 그릇이 돼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자 그 후부터 은혜의 개입이 이어졌다. 구속은 기우에 그쳤고 TV 보도는 9시 뉴스가 아닌, 밤 11시에 방송되는 뉴스 시간에 나갔는데 결과적으로 큰 쟁점이 되지는 않았다. 나는 극적인 은혜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고 언론이 터트린 문제의 크기에 비교해 조용하게 수습되었다.

놀랍게도 하나님은 항상 벼랑 끝에서 은혜를 부어주신다. 최악의 경영상황에서 문득 선교사와 목회자 부부를 위한 종합검진의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망할 바에야 좋은 일이나 실컷 해보고 망하자는 각오로 획기적으로 할인을 했다. 그런데 그 반응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광고가 나간 그 날부터 전국에서 목사님들의 검진 예약 전화가 빗발쳤다. 부작용 없는 항암 면역요법이 신문과 잡지에 소개되면서 암 환자의 내원도 부쩍 많아졌다. 결국 1년 동안 누적되었던 적자가 해소됐고 병원 경영도 정상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제주도 사건은 내게 일생일대의 뼈아픈 교훈을 남겼고 평생 ‘정도경영’이라는 경영원칙을 붙잡는 계기가 되었다.

정리=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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