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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미술관 운영… 문화선교로 ‘유럽 심장’ 녹이다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사역하는 김상칠 선교사가 코로나 직전 크라쿠프 오페라하우스 옆 공원에서 야채스튜와 샌드위치 등을 노숙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김상칠 선교사 제공




생김새가 심장처럼 생긴 데다 유럽의 중앙에 있어 ‘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는 이 나라는 최근 언론에 쉴 새 없이 노출됐다. 유럽연합(EU)의 동쪽 장벽을 담당하는 나라, 폴란드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폴란드는 동쪽 장벽이라는 표현에 맞게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받았다.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사역 중인 김상칠(65) 선교사도 11일(현지시간) 차량에 긴급 구호품을 싣고 국경 마을인 코르초바에 다녀왔다. 김 선교사는 1995년 선교여행 중 폴란드 오시비엥침의 아우슈비츠를 본 뒤 폴란드 사역을 결심했다. 폴란드엔 개신교 교회를 찾기 어렵다는 교민의 얘기도 들었다. 당시 수도 바르샤바의 한인교회 목사가 유일했고 한국인 선교사는 없었다.

3년간 폴란드를 위해 기도하며 크라쿠프에 성경과 신앙서적을 보내는 등 문서선교도 했다. 그는 “폴란드에 개신교 예배처소가 세워지길 마음에 품었다. 기도하며 준비했고 1998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으로 크라쿠프에서 사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크라쿠프를 사역지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다. “폴란드엔 세 개의 수도가 있는데 행정수도인 바르샤바, 가톨릭 성지이자 종교적인 수도 쳉스토호바가 있습니다. 크라쿠프는 폴란드인의 정신적 수도죠. 처음부터 그곳을 마음에 품었어요.”

크라쿠프는 폴란드가 17세기 초반 바르샤바로 수도를 옮길 때까지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수도이자 학문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

선교는 쉽지 않았다. 인문학 소양이 높고 가톨릭 종교의 역사가 깊은 데다 자존심까지 센 폴란드 사람은 한국인 선교사를 경계할 뿐 아니라 얕봤다. “처음 폴란드에 와 선교사라고 하니 이들이 한국의 기독교 역사를 물어본 뒤 이런 질문을 농담처럼 하더라고요. ‘우리가 한국에 와서 태권도를 가르치겠다고 하면 어떤 기분일 거 같냐’고.”

이후 김 선교사는 선교 방향을 바꿨다. 문화선교였다. 유럽아리랑신문을 발행하고 공간을 빌려 청소년카페인 다향과 미술관 소나무를 운영했다. 2012년엔 폴란드문화선교관을 열었다. 노숙자를 위한 거리사역을 위해 2005년 ‘소망을심는사람들’이라는 NGO를 만들었고 2006년부터 한·폴목회자아카데미도 시작했다.

김 선교사는 “아카데미는 동서양 교회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하며 하나되게 하는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는 크라쿠프 한인 이삭교회를 통해 디아스포라 사역도 했다. 가장 힘든 사역은 노숙자사역과 한·폴아카데미였다. 폴란드 목사들은 동양인 목사에 배타적이었고 노숙자는 자존심 상한다며 동양인이 주는 음식을 거부했다. 1년간 소통하며 다가가니 달라졌다. 아카데미의 폴란드 교회 회원 수는 50여개가 됐고 거리사역을 할 때는 노숙자가 도우미로 나서기도 했다.

김 선교사는 후배 동역자들이 폴란드를 마음에 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폴란드에 한인 목회자는 많지 않아요. 디아스포라 목회를 하는 목회자 6명, 폴란드인을 위한 선교사는 저를 포함해 2명뿐입니다. 해야 할 사역도, 기회도 많다는 뜻입니다.”

폴란드는…

“인구 4000만명인 폴란드는 유럽연합(EU)에 중요한 나라입니다. 경제적으로도 유럽 국가 대부분이 마이너스 성장일 때 폴란드만 성장했습니다. 문화적 특성은 너무 많아요. 피아노의 시인 쇼팽, 지동설의 코페르니쿠스, 퀴리 부인 모두 폴란드 사람이죠.”

-종교적 상황은 어떤가요.

“국민 대다수가 로마 가톨릭 신자입니다. 이들이 가장 자랑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폴란드 사람입니다.”

-폴란드를 방문하는 사람에게 전할 조언이 있다면요.

“규정대로만 하면 폴란드는 여행자에게도, 선교사에게도 안전해요. 대신 겸손해야 합니다. 가톨릭교회에 대한 비방도 삼가주세요.”

-폴란드 선교를 계획하는 이들에게도 한 말씀을 해주신다면.

“가르치려 들면 안 됩니다. 폴란드 교회는 자존심이 높습니다. 교인 수나 재정으로 큰 교회라 말하지 않습니다. 인문학적 소양도 무척 깊어 문화인류학 공부를 추천합니다. 이들의 역사 문화 민족성 등을 알아야 같이 살 수 있거든요.”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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