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분류  >  미분류

[시가 있는 휴일] 어느날 애인들은



나에게 편지를 썼으나 나는 편지를 받아보지 못하고 내 영혼은 우는 아이 같은 나를 달랜다 그때 나는 갑자기 나이가 들어 지나간 시간이 어린 무잎처럼 아리다 그때 내가 기억하고 있던 모든 별들은 기억을 빠져나가 제 별자리로 올라가고 하늘은 천천히 별자리를 돌린다 어느 날 애인들은 나에게 편지를 썼으나 나는 편지를 받지 못하고 거리에서 쓰러지고 바람이 불어오는 사이에 귀를 들이민다 그리고

-허수경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중

2018년 독일에서 세상을 떠난 허수경 시인의 대표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가 복간돼 나왔다. 2001년 처음 출간됐으니 21년 만이다. 시집에 수록된 ‘어느날 애인들은’을 읽는다. 외로움과 그리움, 쓸쓸함 같은 감정이 절실하게 전해지면서도 뭔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