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분류  >  미분류

[시가 있는 휴일] 내가 안정옥하고 불러줄 때가 있어



상심에 지친 몸 속 한 부분이 가득 차서
무슨 말이든 내게 간절하게 해주고 싶어
우선 뚜벅뚜벅 아닌 출렁출렁 걷고 있는
나를 불러 세워야 된다고 생각했어
이 자식아, 그건 아닌 듯해
정옥아, 나는 나와 그렇게 살갑지는 못해
남이 부르듯 안정옥, 하고 불렀어
고심하며 내 이름을 지어 준 사람도 있었지
지금은 내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살아



온갖 방법을 쓰며 누구나 온전해지기를 꿈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렇게 장기간 끌려
다니는 건 사람뿐일 거야
이다지 힘든 고독에게 평생 먹여 줘야 하나
남도 아닌 내가 나를 수없이 겨냥한다는 건
곤혹스런 일이긴 해
그러나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 이렇게라도
불러줘야 해
안정옥, 그러나 세상 너무 멀리는 가지 마

-안정옥 시집 ‘다시 돌아 나올 때의 참담담함’ 중

무슨 말이든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때 자기를 향해 이름을 불러 보자. 출렁출렁 혼자 걷고 있는 자기를 불러 세워 보자. 너무 멀리 가지 않도록.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