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황성주 (24) ‘킹덤 교육의 허브’로 우뚝 선 우간다 쿠미대학교

쿠미대학교 챈슬러인 황성주 회장이 2018년 졸업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경영의 본질은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리더십의 본질은 스토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어느 날 우간다 쿠미대학교에 파송된 국제사랑의 봉사단의 허종학 대표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 대학을 맡아서는 안 되는 20가지 이유를 보내왔다. 특히 신입생이 반으로 줄어 폐교 위기에 있는데 직원들로 구성된 대학의회가 급여를 50% 인상하기로 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약속된 모임이었기에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기아대책의 고 정정섭 회장과 함께 졸업식에 참석했다. 그 전날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도착해 무려 9시간을 비포장도로로 달려왔기에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래서 아침을 금식하며 법인 이사회에 참석했는데 이 대학의 설립 주체인 정 회장이 차기 이사장 겸 챈슬러(Chancellor·오너십을 가진 총장)로 나를 지명했다. 그래서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라고 하려고 입을 여는데 내면에서 강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차피 너는 못 한다. 내가 한다’ 결국 그 제안을 ‘아멘’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쿠미대는 20여 년 전 한국 선교사가 해외에 설립한 최초의 크리스천 종합대학교이다. 쿠미라는 우간다 오지에 50여 명의 교직원과 1300명 내외 학생들이 있는 소규모 대학이다. 그래도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크리스천 리더들을 키워내 주지사만 2명을 배출한 영향력 있는 학교이다. 우간다는 국가 평균연령 15세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이고 여성의 평균 가임수가 7.0이 넘는 세계 1위의 다 출산 국가이다. 쿠미대는 지난해 사범대학만 700여명의 졸업생을 내며 크리스천 교사들을 공급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어린 심령들을 누가 차지하느냐의 영혼 빼앗기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고, 쿠미대는 이슬람의 남진을 저지하는 최전선에 있다. 교수 촌인 모라이까라에서 매년 열리는 중보기도회는 그만큼 뜨겁고 간절하다.

대학 경영을 맡은 초기에 학생들이 데모하며 캠퍼스에 불을 지르는 사태로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고통에다 모든 리더십들이 사퇴하는 아픔도 있었다. 감사하게도 지금 쿠미대는 팬데믹으로 우간다의 대학들이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급여가 나가는 유일한 대학이 되었다. 홍세기 총장을 비롯한 훌륭한 교수들이 학생들을 사랑으로 섬기며 평판과 신뢰를 쌓아온 결과이고 강력한 중보팀으로 구성된 후원자들이 헌신한 열매이다.

최근 전 세계 교육학자들과 함께 ‘교육혁명’이라는 책을 펴낸 비샤 망갈와디 박사는 쿠미대에서 힌트를 얻어 전 세계 교회의 인프라를 100% 활용해 저렴한 학비로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킹덤교육의 허브(KEH)를 꿈꾸고 있다. 놀랍게도 최고의 인재를 키우는 ‘영역 선교’, 우간다의 오지라는 ‘개척 선교’, 아프리카의 질병과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이슈 선교’라는 3가지의 선교 쟁점이 만나는 지점에 쿠미대가 있다. 그리고 세계적인 선교학자 랄프 윈터 박사가 현대 선교의 맹점 중 하나로 중요하게 지적한 고등교육(대학·대학원 교육) 영역에서의 실패를 만회할 은혜를 구하고 있다.

정리=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