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황성주 (25) 밤마다 빈대와 싸우며 DTS 훈련… 영적 담금질의 시간

미국 하와이 코나 열방대학 DTS 수료식에서 한국 학생들과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는 황성주 회장 부부.


성경은 일의 효용성보다 안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안식이란 내가 죽는 것이고 내가 하나님 됨을 포기하는 것이다. 질적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공간 확장을 포기하는 것이다. 임시로 맡았던 삶의 주도권을 본래 주인에게 양도하는 것이다. 2015년 초 아내와 나는 아들 딸 사위가 이미 수료한 미국 하와이 코나 열방대학의 DTS(예수제자훈련학교) 훈련을 받기로 했다. 2007년 콜로라도 영적 재충전 이후 7년 만이었다. 하와이 코나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무지개다. 섬의 구석구석 거대한 겹무지개가 하늘을 덮는 장관이 펼쳐졌다. 코나 일정은 마치 무지개처럼 피어난 축제의 삶이었다. 코나에서 3개월을 보내며 감사가 넘쳤다. 영적 담금질과 안식, 사색의 시간을 주셔서 주님을 더 깊이 알아가는 감격을 맛봤다. 또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인격과 사역의 경험을 겸비한 영적 거장들과 좋은 동역자들을 만나 깊은 영적 터치를 받았다. 모두 경배와 찬양과 춤을 통해 주님께 올려드리는 축제의 예배를 마음껏 누리게 하신 것이었다.

코나에서 훈련받을 때 가장 큰 은혜를 받은 일은 ‘워크 듀티’(work duty)라고 하는 노동 시간이었다. 3개월 동안 주 5회 하루 2시간씩 노동 사역을 하는 것인데, 학교 입구에 있는 ‘임팩트 빌딩’을 청소했다. 그 빌딩의 22개 쓰레기통과 4개의 화장실을 청소했다. 내게는 서울대병원 인턴과 3사관학교 군의관 훈련 시절 이후 처음 해보는 밑바닥 경험이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엄청난 은혜의 시간이었다. 아열대 더위 속, 큰 쓰레기통 2개를 밀면서 쓰레기차로 이동하는 시간을 통해 나는 주님의 임재를 경험했다.

코나에서 훈련을 받는 동안 한 가지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렌트한 집에서 자고 난 첫날 하얀 시트에 6개의 핏자국이 있는 것이 아닌가. 몸에 물린 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무슨 벌레가 있는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현지인들은 침대에 빈대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불편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감사했다. 당시 매일 감사 노트를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에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에 순종했다. 문제는 두 달 정도 지났을 때였다. 강의와 예배를 통해 큰 은혜를 경험하고 있었는데 빈대들이 온몸을 공격해 극심한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조사해 보니 내가 쓰던 침대 매트리스가 빈대들의 서식처였다. 이 지역 빈대를 ‘불사조 빈대’라고 하는데 생존 능력이 뛰어나 먹지 않고도 3개월을 버틴다고 했다. 하루는 십자가 나무 아래 캠퍼스에서 묵상하고 있는데 감사해야 할 이유가 떠올랐다. 그동안 평생 빈대에 안 물리고 산 것이 너무 감사했다. ‘주님. 어젯밤 빈대에 물리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기도했다. 그 감격과 은혜와 감사는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밤새 빈대에 물리는 것에 비하면 밤잠을 조금 설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빈대로 인한 고통이 감사를 회복하는 은혜의 계기가 됐다. ‘빈대 사건’으로 주님은 나를 지극히 겸손하게 만드셨다.

정리=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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