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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마을서 직접 배 몰며 복음 전파… “폭염·코로나·암 비켜라”

김재한 선교사는 직접 배를 몰고 파나마 다리엔주 야비사 정글의 쭈구나케강, 뚜피사강 등을 오가며 정글마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8개의 교회를 개척했다. 김재한 선교사 제공


개척교회를 이끌어 갈 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한 신학교 GMI파나마에서 현지인들이 강의를 듣는 모습. 김재한 선교사 제공






중남미를 연결하는 탯줄 같은 땅, 그 땅을 가로질러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길이 82㎞ 운하의 나라. 김재한 선교사는 우리에게 파나마 운하로 유명한 나라, 파나마에서 2008년부터 사역했다. 그는 “파나마 사람들은 순진하고 부지런해 중남미의 마이애미라 불린다”고 15일 전했다.

김 선교사가 처음부터 선교의 삶을 산 건 아니다. 인천공업고등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대기업 건설사에서 근무하다가 86년 부모가 계신 미국으로 가면서 변화를 맞았다. 천주교 신자로 살던 그는 부모를 따라 LA 은혜한인교회에 출석했고 선교의 소명을 갖게 됐다.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신학교에서 공부했다. 사역지로 품은 곳은 88년 한 달간 선교 훈련을 했던 아프리카 감비아였다. 미국으로 돌아와 선교지로 갈 준비를 끝내고 기도원에 올라갈 때였다. 교회 선교부가 베네수엘라 아마존 정글에서 사역하는 김순성 선교사의 실종 소식을 알리며 기도를 부탁했다.

김 선교사는 “감비아 기도는 안 되고 아마존 정글만 떠올라 사흘 내내 고민하다 기도원에서 내려왔다”면서 “김순성 선교사님이 강물에 빠져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고 교회가 그곳에 파송할 선교사를 찾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교회 담임목사는 김 선교사에게 “감비아에는 선교사가 있지만 베네수엘라 정글은 지금 누군가 가지 않으면 (김순성) 선교사가 이뤄 놓은 모든 사역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선교지는 베네수엘라로 변경됐다. 89년 2월 교회 파송을 받아 베네수엘라로 떠났지만 그는 현지 언어조차 몰랐다. 할 수 있는 건 응급 침술뿐이었다. 그렇게 20년을 사역한 베네수엘라를 떠난 건 2008년 1월이다. 2007년 미국과 대립하던 차베스 대통령이 김 선교사 가정 등 정글에서 사역하는 미국 선교사 50여 가정을 추방했다.

다시 사역지를 찾던 그에게 파나마의 호산나교회 에드윈 알바 목사가 다리엔주 야비사를 추천했다. 다리엔주 정글은 인디언과 흑인들이 게릴라의 위협으로 복음을 듣지 못한 채 살아가는 복음의 불모지였다. 김 선교사는 직접 배를 몰고 쭈구나케강, 뚜피사강 등을 오가며 정글 마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 사이 은혜교회, 베다니교회 등 8개 교회를 정글 마을에 개척했고 교회를 이끌어 갈 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해 온라인 신학교 ‘GMI파나마’도 개설했다. 그러다 2019년 2월 중남미 사역, 만 30년을 맞았지만 그의 사역을 잠시 멈춰야 했다. 오랫동안 열대성 기후에 노출된 탓에 육신은 약해져 있었고 2020년엔 코로나에 확진됐다. 지난해엔 항암 투병도 했다.

그의 선교 사역은 지난 2월 김 선교사가 치료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재개됐다. 은혜교회는 건축을 시작했고 베다니교회는 숙소를 세우고 있다. 다리엔주 피노가나 마을의 2만㎡(약 6000평) 부지에 세울 선교훈련원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이 부지는 팬아메리카하이웨이 1만2580㎞ 지점과 접해 있다. 그는 “팬아메리카하이웨이가 콜롬비아 국경까지 연결돼 오랜 세월 접근이 불가능했던 정글까지 복음이 전해지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선교사는 한국교회를 향한 당부도 전했다. “선교는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가는 올바른 과정이 중요합니다. 결과는 하나님이 평가하십니다. 한국교회가 복음이 들어가지 않은 지역들을 연구하고 찾아 선교사를 파송했으면 합니다.”

파나마는

“파나마는 약 100년 전 파나마운하 건설을 계기로 콜롬비아에서 독립했다. 남·북 쪽으로 콜롬비아, 코스타리카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남쪽은 열대성 기후, 북쪽은 커피가 생산되는 고산지대로 선선하다. 북쪽 보케테는 세계적인 게이샤 커피 생산지다. 약 4300만명의 인구 중 대다수가 백인과 인디언 혼혈인 메스티소 종족이며 8개 인디언 종족은 자치구역을 갖고 있다.”

-정치·경제적 환경도 궁금하다.

“민주주의를 따르며 내년엔 대통령 국회의원 주지사 시장 등을 같은 날 뽑는 선거가 있다.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 장군이 20여년 전 제거된 뒤 정치와 치안은 안정을 되찾고 있고 경제도 급성장 중이다. 운하에서 벌어들이는 달러가 경제를 이끌고 있다. 최근엔 운하를 확장했다. 2007년 중남미에 사회주의 바람이 불면서 중산층들이 재산을 파나마로 옮겨 파나마 성장에 도움을 줬다. 발보아라는 파나마 화폐는 동전만 남았고 주로 달러를 쓴다.”

-파나마의 종교적 상황은 어떤가.

“파나마 정부는 인구 80%가 천주교라 하지만 실제 개신교 인구가 더 많을 것으로 본다.”

-파나마 방문자들에게 해줄 말은.

“알래스카에서 아르헨티나 남단까지 미주 대륙을 종단하는 팬아메리카하이웨이가 지난다. 파나마의 동서는 약 80㎞라 한 해의 마지막 해를 태평양에서 보고 새해 첫해를 대서양에서 볼 수 있다. 콜롬비아 국경과 가까운 정글 지역이라 게릴라와 마약 등 위험 요소도 있다.”

-파나마 선교를 계획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은.

“정글에서 더위와 독충을 견딜 건강한 육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미신 무당 이단 등과의 영적 전쟁에서 이길 훈련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악한 영들이 오랜 세월 붙잡아 둔 이곳을 사람들은 쉽게 선교사에게 내주지 않는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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