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양구 (17) 오래 주재한 러시아·퇴직 근무지 우크라 전쟁 충격

이양구(오른쪽 다섯 번째) 전 우크라이나 대사가 지난 3월 6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를 위한 연합 기도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은퇴 후 농업 전도사, 유라시아 전도사, SDGs 전도사로 살던 나는 지난 2월 24일 세상의 부름을 받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날 전 세계가 놀랐고 나 역시 놀랐다.

이전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은 있었지만 국지전 정도였지 전면전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출석하고 있는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님께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가능한 지원 방안을 찾아 달라는 문자를 남기는 것뿐이었다.

외교관 생활을 가장 오래한 러시아와 외교관 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하고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시대적인 크고 작은 사건을 성경적 관점에서 본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성경적 관점에서 사건 사고를 보려고 했다. 작은 사건도 아닌 세계적인 사건이니 분명 하나님의 큰 그림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하나님의 빅픽처가 무엇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조금씩 하나님의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초 러시아는 사나흘이면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점령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뒤집혔다. 우크라이나의 결사 항전이 시작됐고 서방 국가의 지원이 계속 이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자유 민주주의와 인류 보편 가치에 도전했다. 이는 성경적 가치에 도전한 것으로 연결됐다. 하나님이 이를 통해 역사하신다는 걸 알게 됐다. 우크라이나의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이끄시면서 동시에 잠자고 있는 유럽을 깨웠다. 나는 하나님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러시아로 확산시키는 것은 물론, 중국과 북한까지 확장하려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면서 출애굽기 14장 말씀이 떠올랐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민족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마주했다. 뒤에선 바로와 그 군사가 쫓아오는데 앞에는 홍해가 있었다. 바로를 보며 푸틴이 떠올랐다. 완악하게 고집을 부리며 하나님께 도전하는 바로의 모습에서 푸틴이 오버랩 됐다.

지난 3월 6일 사랑의교회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대규모 연합 기도회가 있었다. 나는 이 자리에서 8분간 출애굽기 말씀과 함께 간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하나님의 신적 개입이 있습니다. 바로처럼 푸틴 대통령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는 것도 하나님이십니다. 이 사건을 잘 처리하면 홍해의 기적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잘못 처리하면 아마겟돈의 서곡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또 우크라이나의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 역시 행동에 나섰다. 외교관 생활로 축적된 경험치를 십분 발휘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알렸고 특강에 나섰으며 기고도 많이 했다. 3월 28일엔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발족했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전문가들과 우크라이나의 인도적 지원에 필요한 전략을 구상해 그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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