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양구 (20·끝) 최선의 삶 기록 ‘백서’ ‘청서’… 주님 앞 당당히 설 수 있길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는 선교적 사명으로 36년 외교관 생활을 마치고 믿음의 일가를 이룰 수 있었던 건 하나님의 축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고백한다. 사진은 이 전 대사의 세 자녀와 사위 며느리가 그의 환갑 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만든 감사패.


‘역경의 열매’를 시작할 당시 다짐은 과거의 기억을 모아 ‘백서’를 적어보자는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외교관이라는 소명을 평생 품고 살았고 하나님은 그 세월을 통해 내 마음에 유라시아라는 지역을 주셨으며 그 안에서 꿈 비전 아이디어를 키우게 하셨다. 현직에 있을 때 은퇴를 어떻게 준비할까 고민한 적이 있다. 고민의 답은 현직에 있을 때 잘해 은퇴 후에도 현직의 삶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지금은 민간인이지만 외교관 시절 하나님이 마음에 주신 지역과 그 지역을 향한 비전을 품고 일하는 걸 보면 은퇴 준비는 꽤 잘했나 싶다.

이제 나는 우크라이나의 전후 복구를 비롯해 유라시아 지역의 꿈과 비전,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청서’를 기록하려고 한다. 농업 전도사, 유라시아 전도사,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전도사의 삶은 청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 같다.

SDGs와 농업을 통해 남북과 러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멀티 실크로드를 구축한다면 얼마나 멋질까. 무엇보다 한국은 실크로드의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희망한다. 숱한 고난과 시련의 역사를 거치며 많은 노하우도 축적됐다.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SDGs 로드맵도 구현하고 싶다. UN조달기구와 함께 2024년 남북한이 SDGs 엑스포를 공동 개최하는 상상도 해본다. 2024년으로 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해엔 우리나라에서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와 기독교 올림픽이라 하는 국제로잔대회가 열린다. 글로벌 빅 이벤트들이 한국에서 열리는 해에 남북이 함께하는 SDGs 엑스포를 추가하면 좋을 듯했다.

아울러 농업·유라시아·SDGs 전도사의 삶을 유라시아 복음의 전도사로 연결하고 싶다. 세계적인 국제 정세 분석가인 조지 프리드먼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10년을 2011년에서 2020년이라 했지만 나는 2021년에서 2030년이라 봤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경쟁, 기후변화 등 대전환기를 맞아서다. 격동의 시기엔 본질을 붙들어야 한다. 나는 그 본질이 신앙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인생의 근원은 신앙이었고 가치를 구분하는 기준도 신앙이었다. 신앙을 통해 돈 권력 명예의 가치 대신 나누고 섬기는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게 됐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마태복음 25장에서 주인이 종에게 맡겨 놓은 달란트를 결산할 때처럼 나중에 하나님을 만나 내 인생을 정산할 때 나는 고개를 들고 당당히 하나님 앞에서 결산할 수 있겠느냐는 상상이다.

외교관 시절 해외 공관 임기를 마칠 때면 결산을 내는 나름의 방법이 있었다. 결산의 방법은 복귀하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모스크바 근무를 마치고 비행기를 탔을 때도,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임기를 마치고 비행기를 탔을 때도 나는 뿌듯함을 느꼈다. 우크라이나 대사 임기를 마치고 서울로 오는 비행기를 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뿌듯함을 느꼈다는 건 최선을 다했다는 뜻이다. 최선은 아니라도 차선만 했어도 큰 후회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최선 혹은 차선의 삶을 기록한 백서와 앞날을 기록할 청서는 아마도 하나님 앞에서의 결산을 위한 기록이 되지 않을까.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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