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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초대교회, 예배, 고난



성경에서 숫자 3은 완전함을 나타낸다.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하나님이다. 사흘은 완성을 향한 기다림의 시간이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무덤에서 부활하신 게 사흘 후였고, 모세의 출애굽에서도 이집트에 흑암이 드리운 기간이 사흘, 요나가 큰 물고기 뱃속에서 지낸 기간도 사흘이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사탄에게 세 번의 시험을 받지만 물리친다. 아기 예수 탄생 때 찾아온 동방박사도 세 명이다. 예수님이 잡혀가신 밤 베드로는 새벽닭이 울기 전 세 번이나 예수님을 부인했지만, 부활 후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나타나 얼마나 사랑하는지 세 번을 물으며 “내 양을 먹이라”고 말씀한다. 국회나 법원에서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리면 확정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위·바위·보 삼세판으로 승부를 결정짓기를 좋아한다.

숫자 3을 언급한 이유는 국민일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세 권의 책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국민일보 종교부는 1년간 출간된 기독 출판물 전체를 대상으로 출판인들은 물론 신학대 교수, 기독단체 사역자, 서평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올해의 책을 선정해 왔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의 경우 400여권의 추천(중복 포함)이 들어왔고 이 가운데 출판인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우리가 몰랐던 1세기 교회’(IVP)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최근 이 책을 저술한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에게 ‘올해 최고의 책’ 상장과 부상을 전달했다. 연초에 시상식을 열어야 했지만 코로나 방역을 위해 연기했고, 결국 수상자를 찾아가 상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박 목사는 미국 예일대와 시카고대에서 신약과 초기 기독교 문서를 전공한 성서학자다. 그는 “현실과 부대끼며 신앙생활을 하는 오늘날 성도들이 지금보다 더 어려운 박해 속에서도 신앙의 본류를 지켜냈던 초대교회를 찾아봐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예배란 무엇인가’(비아토르)는 목회·신학 국내 부문 올해의 책 선정작이다. 최주훈 중앙루터교회 목사가 저술했다. 상장 전달을 위해 최근 만난 최 목사는 “예배엔 정통이란 게 따로 없다”면서 “각자의 교회론에 기초한 예배의 틀 그 자체를 서로 존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예배는 교단별로 신학과 교리의 총합이기에 자칫 어렵고 복잡하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최 목사 책의 최대 장점은 친절함과 유쾌함이다. 루터교회 목사라고 소개하면 ‘나루터교회’ 또는 ‘로또교회’로 잘못 듣곤 하는 현실에 최 목사는 좌절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성공회 사제들의 경험담을 전한다. 택시 기사에게 “광화문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 갑시다” 하면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 앞’에 내려주기 일쑤라는 푸념을 들었기 때문이다. ‘…1세기 교회’를 저술한 박 목사도 ‘롯데캐슬’에 살면서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학생이 아이비리그 대학으로부터 장학금을 거부당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귀하는 캐슬에 거주하는 특권층으로서, 일반 학생들을 우선하는 장학금 수혜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일반 신앙 국내 부문 올해의 책은 박영선 남포교회 원로목사의 ‘고난이 하는 일’(IVP)이다. 최근 ‘책 읽는 그리스도인’ 시리즈를 위해 대담에 응한 박 목사는 욥기 시편 이사야 예레미야 등을 오가며 고난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열심과 성도들의 성화 노력에 관해 이야기했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가고 있는 지금, 2년 넘게 움츠렸던 한국교회가 사역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부의 방역 실패로 교회 전체에 대한 신뢰가 실추된 현실에서 국민일보 올해의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 세 가지는 한 번쯤 기억했으면 좋겠다. 초대교회에 대한 열망, 예배를 향한 사모, 고난에 대한 성찰. 코로나가 준 선물이다.

우성규 종교부 차장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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