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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약자와의 동행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되는가 싶더니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물가는 치솟아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경제 위기는 언제나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무료급식소에서 제공하는 한 끼 식사가 식자재값 상승으로 부실해지고, 결식아동이 급식카드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록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코로나 때 빚을 진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민초들의 삶이 피폐해질 때 한국교회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예수님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셨을까.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셔서 가난한 자와 약자들을 돌보시고 병든 이들을 치유하셨다. 이웃 사랑을 강조하신 예수님은 누가 내 이웃이냐고 묻는 율법학자 질문에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어 말씀하신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는 길에 강도를 만나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기고 죽을 위험에 처했을 때 제사장과 율법을 가르치는 레위인은 그를 못 본 체 피해서 가버렸다. 하지만 여행하던 사마리아인은 그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여관으로 데려가 정성껏 치료해 줬으며 다음 날 여관 주인에게 데나리온 두 닢을 주면서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떠난다. 이제 예수님은 율법학자에게 묻는다. 누가 너의 이웃이냐고. 이 질문은 오늘날 한국교회에 예수님이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한국교회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우리 사회로부터 이기적이다, 독단적이다 등의 부정적 평가를 받으며 신뢰도가 추락했다. 교회가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비기독교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아무런 조건 없이 사회적 약자를 돌보아주고 지역 공동체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사람들은 크리스천의 행실을 보고 그들이 믿고 따르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관심을 갖게 된다.

한국교회가 지역 공동체에 선한 이웃으로 다가서는 데 좋은 파트너가 생겼다. 서울시를 비롯한 행정기관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일 민선 8기 임기를 시작하면서 ‘약자와의 동행’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선 8기 서울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약자와의 동행이고, 기독교는 한국 사회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왔다”면서 한국교회와 함께 약자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한국교회와 서울시가 민관 협력 차원에서 사회 약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어린이집과 데이케어센터를 통한 돌봄서비스,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서울런(Seoul Learn)’ 멘토 프로그램, 생명 존중을 위한 자살예방프로그램, 지구 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협력 사업 등이다. 오 시장은 “교회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면 굉장히 도움이 된다. 서울시와 한국교회 간 협조 체계를 구축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며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서울 전역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교회가 공공선을 실천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사회적 자원이 있을까. 현재 교동협의회(교회와 동사무소), 교구협의회(교회와 구청), 교서협의회(교회와 서울시)가 구축돼 있으니 이를 잘 운영한다면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약자에게는 큰 버팀목이 될 것이다. 교회가 건물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의 공동체라는 점을 생각하면서 예배 회복과 함께 지역 공동체 회복에 더욱 힘써야 한다.

개화기에 선교사들이 낯선 조선 땅에 와서 교육과 의료, 구호 사업을 펼친 결과 기독교가 우리 사회의 큰 신뢰를 얻었고 교회에서 많은 지도자가 배출됐던 사실을 기억하자. 힘든 시기이지만 한국교회에 여전히 희망이 있는 것은 오늘도 묵묵히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태복음 25장 40절)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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