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삼 (20) 신학교서 쌓은 우정… ‘동사 목회’하며 노후를 함께

1975년 신학교에 함께 입학했던 ‘친구 목사들’이 지난 20일 경남 거제 갈릴리교회 마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화종 정정호 이종삼 김장수 여두기 목사(왼쪽부터).


나는 1982년 장로회신학대 목회연구과정에 들어가기 7년 전인 1975년 부산 좌천동에 있던 영남신학교 부산신학사에 입학했다. 부산장신대의 전신인 이 신학교에서 신학도로서의 성품을 길렀고 목회자가 되는데 필요한 공부를 했다.

신학교 생활은 즐거웠다. 신학교에 오기 전 담임목사님이 계시지 않던 고향의 덕포교회에서 외롭게 신앙 생활하던 나는 매일 열리는 경건회와 기도회가 좋았다. 무엇보다 찬양이 가득한 캠퍼스를 거닐 때는 감사가 넘쳤다.

신학교에서의 생활을 더욱 알차게 만든 건 입학 동기들이었다. 특히 그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학교에 온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우정을 쌓았다. 나이는 어렸지만 목사가 되겠다고 다짐한 우리는 신앙 안에서 한 형제나 마찬가지였다. 모든 걸 함께했다. 진로가 같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들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신앙의 동지인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이때 쌓은 우정은 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백발이 성성한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우리는 목사가 되겠다는 열망으로 가득 찼던 스무 살 청년들과 같다.

우정은 ‘동사 목회’로 이어졌다. 동사 목회란 사역을 함께한다는 뜻으로, 사업으로 말하면 동업인 셈이다. 나는 75년 신학교에 함께 입학했던 친구 4명과 함께 사역하고 있다.

2000년 김장수 목사가 사랑의집 무료 양로원 원목으로 처음 부임했다. 2003년 솔향노인요양원이 문을 열 때 정정호 목사가 원목으로 부임한 게 두 번째다. 학교 다닐 때부터 천사라고 불릴 정도로 좋은 성품을 가졌던 정 목사는 현재 굿뉴스병원 원목으로 사역지를 옮겼다. 솔향노인요양원 원목실의 빈자리는 정화종 목사가 채웠다.

모두 목회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던 친구들로 자신의 사역을 마무리 짓고 하나둘 내 곁으로 왔다. 울산수정교회를 조기 은퇴한 여두기 원로목사는 내가 담임으로 있는 갈릴리교회에서 함께 사역하고 있다. 앞으로 윤병수 이수부 목사도 거제로 올 예정이다.

우리는 친구이며 목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다 보니 사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하다. 우정이 사역을 더 깊게 만드는 건 또 다른 유익이다.

물론 친구들끼리 모여 사역하다 보니 서로 조심할 것도 많다. 그렇지만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다. 목사의 사명이 뭔가.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사람들이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우정으로 채우며 의지하는 동역자들이다.

동역은 목회에서만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 은퇴한 뒤에도 친구들과 모여 사는 계획을 세웠다. 열 세대 남짓한 공동주택을 짓는 꿈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같이 밥해 먹고 노년을 사는 실버타운을 만드는 꿈이다. 거창한 집을 짓겠다는 건 아니다. 소박하지만 친구들과 노후를 함께할 수 있는 멋진 꿈을 짓는 것이다.

이미,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는 예수 안에서 한 형제 아닌가.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 133:1)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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