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삼 (23) 침몰 직전인 모교 부산장신대… 대학 정상화에 총력

경남 김해에 있는 부산장신대 정문에서 바라본 캠퍼스 모습.


2018년 8월 23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 등은 전국 대학을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 3단계로 분류했다.

당시 모교인 부산장신대가 가장 낮은 단계인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속했다. 이 결과 3년간 교육부 일반재정지원에서 제외되는 직격탄을 맞았다. 2019년 신입생부터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지경에 놓였다.

공교롭게도 이 발표가 있기 하루 전 나는 모교 이사가 됐다. 이사 모두가 침통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미안했고 부산에서 유일한 예장통합 총회 산하 신학 교육 기관이 이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대학은 새로운 총장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당시 학교를 이끌던 A총장이 재선에 도전한다는 말이 돌았다. 그는 나와는 신학교에 함께 입학한 친구였다. 우정으로 치면 그의 재도전을 응원해야 했지만, 이사로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총장 선거 하루 전 전화를 했다. “총장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더. 하지만 학교가 이래 어려워지니 수습할 새로운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더. 아쉽지만 총장 재도전은 다시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더.” 친구에게 이런 말을 전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A총장은 아내와 상의한 뒤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 고마웠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총장 선거 직전 A총장이 다시 후보로 올라온 것이었다. A총장에게도 사정이 있었겠지만 무척 안타까운 일이었다.

결국 A총장과 또 다른 후보를 두고 투표가 진행됐다. 누구든 8표를 얻으면 당선되는데 A총장이 6표를 얻었다. 나를 비롯한 또 다른 친구 이사가 표를 줬다면 무난히 당선됐을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 공적 책임이 우선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에게는 지금도 몹시 미안할 뿐이다.

학교는 풍전등화에 놓였다. 나는 새 총장 후보를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허원구 목사가 부산 산성교회 원로목사가 된 뒤 순회 선교사로 출국한다는 말이 들렸다.

허 목사는 부산장신대에서 10년 동안 강의를 했고 이사로도 봉사해 학교를 잘 알았다. 교회를 이끈 목회자였지만 학자적 풍모도 있는 분이었다. 나는 허 목사에게 전화를 드렸고 대학 회생의 지도자가 돼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허 목사는 가족과 상의한 뒤 답을 주기로 했다.

나는 그가 신학교 회생의 적임자라는 확신이 있었다. 몇몇 이사들에게도 언질을 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 목사가 맡아 보겠다는 답을 줬다. 그 즉시 이사회를 소집해 허 목사를 총장에 선출했다.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이즈음 나는 모교 이사회의 이사장이 됐다. 내가 취임하고 한 달이 지난 2019년 5월 허 목사도 총장에 취임했다. 대학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난파선처럼 침몰 직전에 놓인 대학을 살리기 위해 신임 이사장인 나와 허 총장이 머리를 맞댔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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