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삼 (24)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재정지원제한대학 오명 씻어

부산장신대가 교육부에 제출한 4만 쪽 분량의 보완 평가 자료 모습.


나와 허원구 총장은 대학의 먼 미래를 논할 여유가 없었다. 당장 대학 평가에서 낙제점 받은 걸 회복해야 했다. 우리 둘뿐 아니라 교수와 직원, 학생들까지 마음을 모았다. 교육부 보완 평가를 위해 준비한 서류만 4만 쪽에 달했다. 허 총장도 평가 당일 2분 스피치를 위해 한 달이 넘도록 준비했다.

대학은 수요자 중심의 교육시스템 확립을 시작으로 교육 품질 제고, 학생 역량 강화를 비롯해 취업률을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학과를 폐과하는 아픔도 겪었다. 뼈를 깎는 노력은 결실을 봤다. 2020년 신입생 충원율이 98%로 상향됐고 결국 그해 7월 29일 교육부 보완 평가 결과 재정지원 제한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 그뿐 아니라 무려 두 단계나 상승했다.

부산과 울산, 경남의 7개 노회와 전국 교회의 후원을 통해 재정 운영 개선 부분에 특히 좋은 점수를 받았다. 기적이 일어난 셈이었다. 고난이 대학을 성숙시키는 변곡점이 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대학은 1인당 연간 장학금이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학교가 됐다.

수렁에 빠졌던 대학을 건져내는 과정에서 대학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 특히 큰 노력을 기울였었다. 이사회와 등을 졌던 교수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스승의 날에 모든 교수님에게 꽃을 보냈고 명절에는 선물을 전했다.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이었다.

교수님들은 이런 사랑에 크게 감동하셨다. 내게 메신저로 감사를 표한 교수님들도 계신다. “13년째 우리 대학에서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선물에 감동을 넘어 어리둥절합니다. 학교를 위해 끊임없이 물심양면 애써주시는 이사장님께 저희가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하는데 이사장님께 늘 받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저희가 감사의 자리를 마련하는 기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늘 건강 유의하시고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박명화 특수교육과 교수)

“명절 때마다 큰 선물 주셔서 너무 감사하면서도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요즘 교수님들이 학교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지고 활기를 찾는 건 이사장님이 학교를 잘 이끌어 주신 덕분입니다. 2년여 전 학교 위상이 추락해 슬픔과 분노 속에 휩싸였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주목하고 부러워하는 학교가 돼 가고 있습니다. 이사장님과 이사회가 학교의 울타리가 돼 주신 덕분인 걸 오래 잘 기억하겠습니다.”(민경진 신학과 교수)

부산장신 공동체는 대학 평가라는 큰 산을 넘으면서 하나가 됐다. 이사장으로서 나는 모든 구성원을 잘 섬기기 위해 애썼고 다른 분들도 맡겨진 사명을 묵묵히 감당하셨다. 무엇보다 허 총장이 하려는 일이라면 두말하지 않고 지지했다. 이사회가 사사건건 총장의 결정에 제동을 걸면 대학이 굴러가질 않는다. 이사회는 대학을 품는 사람들이지 대학을 이리저리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결국 재정 지원 제한 대학에서 빠르게 빠져나온 건 우리 대학의 건강성을 보여 주는 바로미터가 됐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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