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삼 (25·끝) “주님, 지재유경이 이끄신 삶, 동과가 되겠나이다”

이종삼 목사가 최근 역경의열매 인터뷰를 위해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를 방문해 기도하고 있다.


겨울 들판은 쓸쓸하다. 하지만 바람 소리만 가득한 언 땅이 때때로 훈훈해질 때가 있다. 가지 끝에 달린 과일을 볼 때가 그렇다.

가을걷이 때 누군가 남겨둔 과일이 찬 겨울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렇게 남은 ‘동과(冬果)’를 보며 ‘나누는 삶의 의미’를 헤아려 본다. 동과는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생명수와도 같다. 빈 들판, 먹을 만한 과일이나 씨앗이 사라진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굶주린 새들에게, 작은 들짐승에게 자신을 내어 주는 동과야말로 희생의 결정체다.

언젠가부터 나도 이런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욕심을 내는 삶이 싫었다. 동과처럼 나를 쳐 딱한 이들을 돕고 싶었다.

예수님이 가르치신 중심 사상은 바로 ‘천국’이다. 천국을 바라는 마음을 주셨고 그곳에 들어가기 위해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길을 가르쳐 주셨다. 주기도문에도 하늘의 천국이 땅에서도 이뤄지리라는 기도가 담기지 않았던가. 예수님은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라고 선포하셨다.

위대한 신학자 몰트만의 말처럼 완성된 천국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 오는 법이다. 그래서 믿는 사람들은 늘 회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완성된 회개란 존재하지 않는다. 천국을 바라며 오늘을 개혁하는 게 믿는 자들의 삶이어야 한다.

예수님의 천국 설교야말로 내 삶을 이끄는 동력이다. 그러면서 예수님이 몸소 보이셨던, 가르치고 복음을 전하시며 병을 치료하시고 악한 걸 고치셨던 4대 사역이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예수님이 보이셨던 사역의 특징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그 안에 담겼단 사실이다. 이 땅에 오신 것도, 십자가를 지신 것도 모두 죄인으로 사는 우리를 불쌍히 여기셨기 때문이다. 사랑과 나눔은 이웃을 불쌍히 여길 때 시작된다.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진정한 돌봄의 토대인 셈이다.

그저 주님의 가르침만 따랐을 뿐이다. 내게는 특별한 기술도, 복지나 병원 운영에 대한 지식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마음이 있었을 뿐이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열정이 가득했을 뿐이다. 그리고 아픈 이들, 상처받은 이웃을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을 갖기 위해 애썼다.

돌아보면 하나님이 나를 기특하게 보신 인생의 지점이 있는 것 같다. 무너져버린 고향의 덕포교회를 다시 세운 일과 목사가 된 뒤 고향 거제로 돌아와 목회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 등이다. 모든 건 뜻을 세우고 묵묵히 길을 찾은 데서 시작됐다. 지재유경(志在有逕·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이 나의 좌우명인 이유다.

동과는 나의 호다. 그런 삶을 살고 싶고 후대에도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 오늘도 동과와 같은 삶을 꿈꾸고 또 바란다. 최근 들어 소박한 소망이 한 가지 더 생겼다. 내 삶의 자리에서 언젠가 은퇴한 뒤 인도 푸네에 세운 신학교로 가 묵묵히 사역하다 주님 곁으로 가고 싶다는 바람이다.

“주님, 저를 사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 들판의 과일처럼 나를 드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섬김의 삶을 살겠나이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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