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정희 (28) 꽃가게는 나만의 놀이터… 힘들고 속상할 때 늘 위로해줘

그릇을 보관하는 찬장 위에 늘 작은 정원을 만든다. 찬장 왼쪽에 기도하는 예수님이 보인다.


꽃이 좋아 꽃꽂이를 하곤 한다. 꽃시장에서 숨을 쉬면 기분이 좋아진다. 한마디로 꽃이 좋다. 꽃시장은 보통 평일 오전에 많이 찾는다. 신선한 꽃이 들어오는 월·수·금요일 중 한두 번이다.

꽃가게가 모여 있는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꽃시장을 즐겨 찾는다. 놀이터인 셈이다. 꽃과 나무가 많은 곳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꽃상가 3층에서 이파리와 줄기, 나뭇가지를 한 아름 고른다. 그리고 인근 양재동 꽃시장으로 이동한다.

로즈메리 아로마 잎과 화분, 테라스 야자, 아레카야자를 주로 산다. 빨리 시드는 꽃보다 푸름이 오래가는 이파리와 줄기, 싹이 나서 꽃이 피는 나뭇가지를 좋아한다. 유칼립투스와 맥문동, 초록 불로초, 오색 버들, 죽아이비 같은 이파리 종류다.

“그 나무에 세 가지가 있고 싹이 나서 꽃이 피고.”(창 40:10)

힘들거나 속상할 때, 슬플 때, 꽃시장을 찾아 돌고 또 돌았다. 꽃과 풀들이 나를 보는 듯 했다. 나뭇가지와 꽃은 자유롭게 휘어지고, 자라나고, 피어나고,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뻣뻣한 대로 아름답다.

이혼하고 잠깐 꽃이 싫어졌다. 세상이 싫었다. 모든 것이 싫었다. 그때도 꽃시장을 찾았다. 꽃 때문에 이혼한 것도 아닌데…. 그냥 꽃만 봐도 화가 났다. 꽃꽂이를 멈췄다. 예쁜 꽃망울과 예쁜 가지, 유칼립투스 잎들, 화초의 아름다움까지 더럽게 느껴졌다. 꽃이 내 모습을 보고 비웃는 것 같았다.

“내 인생이 풀과 같았고 시드는 꽃과 같았다. 풀은 아침에 꽃이 피어 자라다가 저녁에는 시들어 마르나이다.”(시 90:6)

요즘 다시 꽃을 꽂기 시작했다. 시든 꽃들은 꺾어 줘야 한다. 이파리 끝이 죽어 가면 잘라야 한다. 물도 줘야 한다. 그래야 자라는 거다. 내 삶도 꽃을 돌보는 것처럼 이래야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동화작가 겸 자연주의자 타샤 튜더 할머니가 말했다.

“하루아침에 정원이 만들어지는 줄 알아요?”

타샤 튜더 할머니처럼 난 꽃들이 행복한지, 안 하는지를 안다. 꽃은 정성을 다해 사랑을 줘야 한다. 꽃을 쳐다보고 느끼고 만지고 입맞춤도 한다. 그러면 꽃이 나를 쳐다보고 “사랑해 줘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제 희망적이다. 내 인생은 늙을수록 더 반짝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 집은 살구나무가 꽃이 필 것이다.(전 12:5) 그 꽃밭은 성경 이사야의 말씀처럼 움이 돋고 꽃이 필 것이다.

“후일에는 야곱의 뿌리가 박히며 이스라엘의 움이 돋고 꽃이 필 것이라 그들이 그 결실로 지면을 채우리로다.”(사 27:6)

이 믿음의 근원이 무엇이든, 멋진 생각을 멈추고 싶지 않다. 인생을 정말 멋지게 살고 싶다. 올해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멋진 식탁 꽃꽂이를 준비할 것이다. 꽃꽂이 재료와 소품을 사러 꽃시장을 찾을 것이다.

“그는 물가에 심어진 나무가 그 뿌리를 강변에 뻗치고 더위가 올지라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며 그 잎이 청청하며 가무는 해에도 걱정이 없고 결실이 그치지 아니함 같으리라.”(렘 17:8)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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