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정희 (29) “연습 통해 ‘내 것’ 된 운전처럼 믿음도 ‘노력’ 필요해요”

방송인 서정희씨는 운전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 사진은 서씨가 교회 모임에 가기 위해 차를 운전하는 모습.


1985년 5월 둘째를 낳고 바로 그 다음 달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언젠가 운전할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혼자 살면서 대중교통으로 1년을 버티다 차를 샀고 운전을 다시 하게 됐다. 그런데 운전이 무서웠다. ‘길치’인 내겐 고문과 같았다. 겨우겨우 주행연습을 했다. 집에서 가까운 사우나를 다닐 정도로 운전 실력이 조금씩 늘었다. 수도 없이 차를 긁었다. 크고 작은 접촉사고가 잇따랐다. 사고가 날 때마다 겁이 났다. 충격을 받고 ‘운전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다.

남들도 다 하는 운전인데…. 왜 이렇게 힘들게 운전을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주변에서 들었던 말이 있다.

“운전이 뭐가 힘들어. 하면 되지. 내비게이션 잘 보고 그대로 가면 되지.” 그런 식의 말이다.

내 생각엔 내비게이션이 더디게 말하고 길을 인도하는 것 같았다. 좌회전하라는 건지. 우회전하라는 건지 헷갈리네….” 뒤에서 ‘빵빵’ 거리고, 식은땀은 나고.

운전이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살짝 미소 지었다. 하지만 운전 때문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서러웠다. 내게 운전은 정말 버거웠다.

엄마는 70세가 넘어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엄마가 대단하신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남들 다하는 운전을 왜 못하느냐며 밀어붙이는 엄마의 말이 서운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구나.”

운전 8년 차. 이제는 내비게이션 지도를 곧잘 본다. 운전 잘한다는 말도 듣는다. 주차도 잘한다. 경주를 해도 될 만큼 속도도 낸다. 차 안에서 음악을 듣고, 목사님 말씀을 듣고, 기도도 소리쳐서 하고, 노래도 부른다. 차 안은 내 인생의 또 하나의 쉼의 공간이다. 후후~. 운전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것 같다.

이렇게 하나씩 앞에 닥친 두려운 것을 이겨내고 당차게 살아갈 생각이다. 인생에 새로운 시동이 걸리고 있다. 어설프지만 어디에 숨겨진 재능이 나타날지 모른다. 하고 싶은 것을 맘껏 배울 계획이다.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다고 실망하지 않겠다. 차곡차곡 나의 저장 창고에 넣어두면 된다. 이 경험들은 분명 보석처럼 주님께서 쓰실 테니까. 재능은 발가벗은 몸과 같다. ‘노력’이라는 옷을 입어야 비로소 세상에 나갈 수 있다.

믿음과 신앙, 기도와 찬양도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나가기 위해 작은 재능을 발견하고 열심히 ‘노력’이라는 옷을 지어 입을 것이다.

내 나이 이제 만 60세. 작은 말씀이라도 하루에 한 구절씩 암송하려 한다. 물론 내일 또 잊어버리겠지만 말이다. 연습을 통해 결국은 ‘내 것’이 된다는 걸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성경 말씀처럼 때를 얻든 못 얻든 씨를 뿌릴 것이다. 반드시 기쁨으로 곡식단을 갖고 올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 126:5~6)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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