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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붕괴 직전… 이젠 인간이 자연 적응할 때”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최근 새 책 ‘회복력 시대’를 출간했다. 민음사 제공


“지금까지는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인 줄 알았다. 정신 차려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엔트로피’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등을 쓴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지난 1일 한국 언론과 줌 인터뷰를 갖고 개발과 성장, 효율 중시 이데올로기에서 깨어나라고 일갈했다.

그는 “현재의 세상은 붕괴 직전 상태”라며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성공을 만든 가정들이 바로 인류를 멸종위기까지 끌고 왔다”고 말했다. “20만년 동안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에 적응하던 인간이 지난 1만년 동안 자연을 인류에 적응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다시 인간이 자연에 좀 더 정교한 방식으로 적응할 차례”라고 주장했다.

이날 전 세계에서 동시 출간된 리프킨의 새 책 ‘회복력 시대’는 자연을 인간에게 적응시켜온 시기를 ‘진보의 시대’로,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는 시기를 ‘회복력의 시대’로 구분하고 “우리를 멸종사건(extinction event)으로 몰고 간 진보의 시대는 저물고 회복력의 시대가 떠오르고 있다”고 전망한다.

자연을 착취하던 시대에서 자연에 적응하는 시대로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회복력 시대는 성장에서 번영으로, 금융자본에서 생태자본으로,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GDP(국내총생산)에서 QLI(삶의질지수)로, 과소비에서 생태관리로, 소유에서 접근으로, 시장에서 네트워크로, 대기업에서 민첩한 최첨단 중소기업으로, 세계화에서 세방화로, 지정학에서 생명권 정치학으로 패러다임이 바뀐다.

인터뷰에서 리프킨은 회복력 시대에는 동양과 개발도상국이 강점을 갖는다고 얘기했다. 그는 “서양문명의 전통에서는 초점이 자연의 지배에 맞춰져 있다면, 동양문명은 자연과의 조화, 인간의 자연에 대한 적응을 중요시한다”면서 “동양문명 국가들은 서양국가보다 훨씬 빨리 회복력 시대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도국은 선진국에서와 같은 인프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바로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화석연료와 관련된 기득권, 이해관계자, 규율 등이 가로막고 있어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일들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 세대를 향해서 “거리로 나와 시위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후위기를 선언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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