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정희 (38) 기도하며 기다린 끝에 친정 식구 모두 주님께 돌아와

방송인 서정희씨의 팬들이 자전적 에세이 ‘혼자 사니 좋다’ 출판을 기념해 함께 했다.


늘 기다렸다. 기다림의 끈을 놓지 않았다. 친정 식구를 포함한 가족이 주님을 영접하길 기다렸다. 엄마는 신년이 되면 토정비결을 비롯해 각종 점을 봤다. 가족의 영혼 구원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친정에서는 내가 첫 크리스천이다.

“주님, 우리 가족을 불쌍히 여기옵소서. 영원한 천국에 함께 가길 원합니다.” 간절히 기도했다.

“여호와여 돌아오소서 언제까지니이까 주의 종들을 불쌍히 여기소서.”(시 90:13)

주님께 기도 중에 “여호와여 언제까지니이까”(시 89:46)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했다.

기도 응답은 하나님의 시간에 이뤄졌다. 지금은 엄마와 언니, 동생, 조카들까지 친정 식구 모두 교회에 출석한다. 전도하기까지 20년이 꼬박 걸렸다. 친정 식구들은 이제 믿음이 좋고 교회 봉사도 열심히 한다. 기도가 땅에 떨어지지 않고 전도의 열매를 맺은 것이다.

때로는 기도 응답이 오지 않을 때 실망했다. 기도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 그런데 그 눈물은 하나님이 나를 돌보지 않아 서운한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뜻을 지키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회개의 눈물을 흘린 것이다.

기도는 기다림이다. 기도 응답을 받곤 했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었다. 기도의 응답이 아직이라도 포기하지 말자. 오늘도 나는 기다림의 기도를 멈추지 않는다. 억울함과 분노의 시간에 하나님 앞에 엎드렸다. 울며 하소연했다. 때론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으며 기도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소식을 듣고 가슴이 무너졌다.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무슨 말이 위로될까. 참담할 뿐이다. 인스타그램에 추모의 글을 올렸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내가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노라.”(열하 20:5)

이해인 수녀의 시에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 시의 구절처럼 우리의 기도의 잎이 보일 것이다. 안 보이던 잎이 보이려면 기다림의 기도뿐이다. 나는 기다림의 기도로 사는 삶을 선택했다.

많은 사람이 내가 기도할 때 몇 시간 동안 집중하며 묵상 또는 기도했는지 질문한다.

나는 답한다. 한 30분쯤? 그러나 벌써 3시간째를 지나고 있다. 기도하다 보면 시간 가는 것도 잊을 때가 있다.

요즘도 기도와 묵상으로 지낸다. 유방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집중해 기도하는 시간 동안은 힘든 것, 모든 고통을 잊는다. 기도해본 자만이 아는 귀하고 소중한 비밀이다.

기도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생명의 신비함으로 가득 찬다. 구체적인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꿈을 펼친다. 주님과 친밀한 시간을 갖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일이 저절로 기도의 응답을 받는다. 정교하게 정확하게 이뤄지는 것들이 있었다.

가족들이 주님께 돌아와 기쁘다. 좋은 글이 나오고 디자인의 영감이 떠오르고 건강이 살아나고 무너졌던 마음의 꽃들이 기도를 통해 다시 피어난다.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