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유이상 (1) “좋은 열매 수확하려면 씨 뿌리고 땀 흘려 가꾸어야”

유이상 풍년그린텍 대표가 지난 14일 경기도 안산의 계란판 제조공장 앞에서 크리스천 기업인으로서의 삶을 설명하고 있다. 안산=신석현 포토그래퍼


하루 세끼 식탁 앞에 앉는 이들이 가장 익숙하게 마주하는 음식 중 하나가 계란이다. 계란 프라이, 계란찜, 계란말이는 물론 계란이 중심이 아니라 부재료로 사용되는 음식은 수도 없이 많다. 이토록 우리에게 친숙한 계란이 어떻게 내 눈앞까지 왔을까.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얘기가 아니다. 계란이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대한 얘기다. 동시에 나의 삶과 신앙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란판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이 회사 정문을 빠져나간다. 하루 평균 20대, 많을 때는 30대 분량의 트럭이 전국 각지로 향한다. 하루 평균 100만장, 3000만여개의 계란을 담을 수 있는 양이다. 국내 계란판 수요의 65%를 공급하고 있으니 혹여라도 우리 회사에 변고가 생기면 우리네 식탁에 적잖은 혼란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1948년 세상 빛을 본 뒤로 어느새 다다른 일흔 중반의 나이. 그중 절반 이상을 사업가로 살아왔다. “장사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란 말은 결코 쉬이 넘길 말이 아니다. 기업을 운영해 온 사람으로서의 입장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상황과 사람들의 입을 통해 증명된 진리 같은 명제다. ‘매출’ ‘영업 이익’ ‘투자’ ‘손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돈과 자본의 문제다. 세상이 진리인 것처럼 추앙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기업의 운영이란 것이 굶주린 채 먹잇감 사냥하듯 돈에 달려드는 영역에서 이뤄지다 보니 고소 고발 사건에 연루되는 일들이 태반이다. 그런 점에서 감사하다. 40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도 경찰서나 법원 한 번 드나들 일 없었던 것이 말이다. 하나님의 특별한 보호 하심과 은혜가 있었기에 가능한 삶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평생 해왔던 모든 일이 씨앗을 뿌리는 일이었다. 열매와 수확을 생각한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씨앗 뿌리는 일이다. 씨를 뿌린다는 건 가능성과 희망 없이는 시작할 수조차 없는 일이며, 열매란 자고로 씨를 뿌리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눈물겨운 선물이다. 씨를 뿌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거둘 수 없다. 물론 씨를 뿌렸다고 언제나 열매와 수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씨 뿌리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씨를 뿌리고 땀 흘려 가꾼 만큼 거둔다는 것은 평생 내가 지켜 온 원칙이자 소망이다. 그 과정은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열매를 바라보며 내게 주어진 일을 소명이라 생각하며 모든 일에 임했기에 지금껏 달려올 수 있었다.

1948년 5월은 여느 봄날과 다른 봄이었다. 그해 5월 10일 대한민국에선 8·15 광복 후 유엔의 감시 아래 제헌국회를 위한 총선거가 실시됐다. 소련의 거부로 북한 지역에서는 선거가 불가능했고, 남한에서만 단독 선거가 치러졌다. 투표율은 경이적이었다. 600만명 정도가 참여할 것이란 ‘뉴욕타임스’의 예상을 깨고 800만여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해 무려 95.5%라는 기록적인 투표율을 남겼다. 그리고 같은 달 31일 마침내 제헌국회의 첫 번째 회의가 열렸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시동을 건 그해 5월 23일 나의 인생도 시작됐다.

약력=풍년그린텍 대표,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경기서부연합 회장, 스리랑카 국제관광학교 이사장, 사회복지법인 겨자씨사랑의집 초대 이사장 역임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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