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유이상 (12) 안산 반월공단에 공장 분양… 청년CBMC 안산지회 개척

유이상(왼쪽) 풍년그린텍 대표가 1998년 9월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안산지회 설립 감사예배에서 지회 깃발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들을 잃고 신앙생활을 제대로 시작했을 즈음 우리 회사의 가장 큰 거래처인 세광알미늄 유재원 대표가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에서 행사가 하나 있다며 초청장을 건넸다. 행사는 한국기독실업인회(CBMC)의 청년 지회 회원 확대 만찬이었다. 청년기독실업인회(YCBMC)는 부친들이 CBMC 활동을 하면서 2세들을 위한 모임으로 창립한 단체였다. 대성그룹, 벽산그룹 등 내로라 하는 회사 2세가 모이는 45세 미만의 젊은 그룹이었는데, 1987년만 해도 우리 회사는 그 자리에 모인 회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회사였다.

무엇이든 한번 시작하면 꾸준히 하는 편이라 CBMC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CBMC의 7가지 핵심 가치 중 첫 번째로 제시하고 있는 ‘성경적 원리가 사역과 사업의 기준’이 모든 크리스천 사업가의 고민과 해답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성경적 원리와 원칙대로 사업하며 생존하기에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난무하던 시절이었고 사회에 투명한 곳이 드물었다. 크리스천 사업가로서 항상 거룩한 부담을 갖고 살아야 했다.

93년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2차 공장 분양이 있었다. 계약금만 내면 분양을 받을 수 있어서 분양 신청을 하고 대지 1500평을 받았다. 그때 서울청년기독실업인회 측에서 제안을 해왔다. 안산 공장 땅도 분양받았으니 안산 CBMC를 개척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또 하나의 거룩한 부담이었다. 하지만 오랜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고인 된 이충구 천세산업 사장과 함께 안산지회를 세웠다. 지회 파송 예배 당시 CBMC 중앙회장을 맡고 있던 강성모 린나이코리아 회장님이 격려금 30만원을 챙겨주셨는데 파송예배를 드리고 나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우리 회사 공장 짓는 일만으로도 벅찬데 CBMC 안산지회 설립까지 맡다니….’ 그날로 새벽기도에 나섰다.

기도 끝에 화분을 하나씩 사 들고 안산 지역 명망이 있는 교회들을 찾아갔다. 목사님들이 하나님의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 CBMC 안산지회 설립을 알리고 동역할 사업가를 두 명씩만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유는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알게 됐다. 목사님들 중엔 교인들이 외부 활동하는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말이다.

다행스러운 건 두 분의 목사님께서 동역자를 보내주셨다는 것이다. 김인중 안산동산교회 목사님과 김학중 새안산교회(현 꿈의교회) 목사님이었다. 두 동역자가 마중물이 되어 8명이 함께 청년CBMC 안산지회를 출범시켰다.

전도에 능숙하지 않았던 내게 CBMC 활동은 하나님이 주신 ‘맞춤 전도옷’ 같았다. 회원들이 모여 성경공부도 하고 중보기도 시간을 갖기도 했는데 하루는 한 회원이 자기 회사 독일 기계가 고장을 일으켜 어려움이 있으니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간이 되는 몇몇 회원과 그 회사를 방문해 기계에 손을 얹고 합심해 기도하는데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온몸이 떨리며 전율이 왔다.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멈춰 있는 기계가 정상 작동하기 시작했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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