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성권 (11) 이스탄불에서 로마로… 성 베드로 광장 대성당 등 순례

최성권 선교사와 장덕봉 목사가 2018년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8년 6월 8일 아침 일찍 출발하는 이탈리아 로마행 항공편이 갑자기 취소돼 오후 비행기로 대체한다는 튀르키예 항공사의 연락을 받았다. 결국 유럽 쪽 이스탄불에 소재한 공항이 아닌 아시아 쪽 이스탄불에 있는 사비하괵첸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오전 비행기로 정해졌다.

사실 로마를 가기로 한 건 바티칸 시스티나예배당의 천장화에 대한 담임목사님의 관심에서 비롯됐다. 국민일보 출판사로부터 원고 촉탁을 받고서 제일 먼저 생각한 게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주제로 한 천장화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출장 일정을 변경해서라도 아무 차질 없도록 할 테니 가능한 시간만 알려 달라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여행이었다.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영화 ‘로마의 휴일’과 같은 멋진 로마의 인상 때문에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데 입국 절차를 밟으면서 그런 기대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관광세를 받는 입장에서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그들로서는 ‘신속한 입국’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함이 마땅했다. 그런데 한꺼번에 쏟아지는 입국자들을 대하는 그들의 인상은 관광객들을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온 시간의 절반을 입국 수속에 허비하고서야 우리는 겨우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여행객을 위한 콘도 개념의 아파트에서 여장을 푼 다음 우리 일행은 곧장 바티칸의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인 성 베드로 광장을 찾았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광장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운집해 있었다. 이미 공항에서부터 긴 줄에 익숙한 터라 아무 어색함 없이 대성당 방향으로 길게 늘어진 줄에 섰다.

바티칸은 눈에 보이는 거룩함도 돋보였지만, 화폐가 중심이 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대성당 꼭대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500계단을 걸어야 했다. 그런데 한 사람당 2유로를 지불하면 200계단까지는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데 돈을 받다니’ 하는 불편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들의 정책을 탓할 순 없는 일. 로마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성당 꼭대기에 오른 우리 일행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로마를 담기에 바빴다. 그리고 그곳 서점에 파송돼 사역하는 한국인 수녀 한 분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 각자의 처지는 다르지만 애틋한 동포애와 남다른 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로마에서 보낸 둘째 날은 바티칸 박물관 관람 일정으로 빡빡했다. 영국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이 박물관을 보기 위해 매일 3만 명에서 5만 명 정도가 찾는다는 말에 놀랐다. 고대 로마 시대의 유물과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 최고의 걸작들을 소장하고 있는 이 박물관은 1506년 산타 마리아 마조레 궁전 근처의 포도밭에서 발견된 라오콘 군상을 당시 교황 율리우스 2세가 전시한 것이 시초가 됐다. 이 조각상을 계기로 율리우스 2세는 바티칸에 당대 최고의 화가와 조각가들을 불러들여 바티칸 궁전의 건축과 장식을 맡겼는데, 이로 인해 지금의 박물관으로 자리 잡게 됐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